브레인 영화 리뷰
지난 월요일 영화 <매트릭스> 시사회 다녀온 후, 후기를 남겨본다.
엠바고가 어제 오후 1시에 풀려 오늘 포스팅!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년 전 <매트릭스>를 봤을 때 솔직히 말하면 보다 잤다.
시즌 1부터 시즌 3까지 한 번에 다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영화를 보는 눈이 없었고, 매트릭스에 담긴 깊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매트릭스> 시즌 1부터 정주행 했다.
매트릭스 시리즈를 대사를 곱씹으며 수십 번 돌려보고 돌려봤다는 그는 내 옆에서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해설해줬다.
그럼에도 시즌 3 볼 때는 졸았다는...(무슨 강의 듣는 것도 아니고.)
그제서야 워쇼스키 감독의 그 깊은 철학, 그 철학을 반영한 미장센이 눈에 들어왔다.
<매트릭스> 4가 개봉한다는 것도 그를 통해 알게 되었고, 우리 둘은 오매불망 기다렸다.
영화 <매트릭스>는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가상현실 공간인 '매트릭스'에서 인간의 뇌를 지배하는 인공지능과 이에 대항하는 인간들의 대결을 그린 SF액션 블록버스터의 대표작이다.
1999년 워쇼스키 형제는 미래 인공지능이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는 엄청난 세계관을 <매트릭스>를 통해 선보였다.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고,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액션을 360도 카메라 촬영으로 담아내며 혁신적인 연출과 동서양의 철학과 상징이 녹아든 새로운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어 냈다.
2021년 새롭게 돌아온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인류를 위해 운명처럼 다시 깨어난 구원자 네오가 더 진보된 가상현실에서 인공지능과 펼치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기존 시리즈의 라나 워쇼스키 감독이 각본과 제작 및 단독 연출을 맡았고, 키아누 리브스가 네오(토머스 앤더슨), 캐리 앤 모스가 트리티니 역을 맡았다.
부제인 리저렉션(resurrection)은 부활, 부흥이라는 뜻으로 18년의 시간을 넘어 새로운 <매트릭스> 세계관을 보여준다.
18년의 시간 동안 워쇼스키 형제는 성전환을 해 워쇼스키 자매가 되었다. 한국 방문 당시 남매였는데 2016년 동생도 성전환을 했다고...넷플릭스 <센스8>을 워쇼스키 자매가 만들었다는 것도 최근에 알게 되어 최근 보기 시작했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연달아 부모님을 잃은 후 깊은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잿더미에서 불사조가 날아오르는 꿈을 꿨다고 한다. 그때 네오와 트리니티가 되살아 나 다시 한번 연결되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순식간에 <매트릭스:레저렉션> 대본을 써내려 갔다고 한다. 동생 릴리 워쇼스키는 더이상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해서 라나 워쇼스키가 각본, 연출, 제작을 다 했다.
새로운 매트릭스에서 네오는 자신이 인류를 구원하였다는 사실을 망각한 게임 개발자 토머스 앤더슨으로 살고 있다.
토머스 앤더슨(네오)은 앞서 시리즈에서 겪은 모든 사건이 자신이 만든 매트릭스라는 게임 속 스토리로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게임과 현실을 혼돈해 심리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받는다.
프로그램의 반복을 통해 부활한 모피어스(야히야 압둘 마틴 2세)는 매트릭스의 실체를 폭로하고 인류를 기계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앤더슨을 찾는다. 그동안 자신이 인공지능 에이전트들의 세뇌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앤더슨은 네오라는 운명을 각성한 뒤 트리니티와 함께 에이전트들과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앞선 전작들이 '인공지능 vs 인간', '매트릭스 vs 시온', '빨간약 vs 파란약'등으로 양자택일만 가능한 이분법적인 세계관을 보여줬다면, 이번 시리즈는 '합일(合一)'을 표현한다.
시즌 4에서는 기존 시리즈를 '시온 전쟁'이라는 매트릭스에 갇혀 '우리' 아니면 '망명자'들이라고 구분했다고 비평한다. 네오의 희생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생하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 '이오'가 열린 것이라고.
또한, 각자의 인격으로 존재했던 네오와 트위니티가 하나되는 순간, 서로가 서로에게 보완적인 존재가 되며 그 파워는 '1+1=2'가 아닌 그 이상을 힘을 보여준다. 시즌 4는 매트릭스의 새로운 세계관 보다는 '트리니티'를 강조하는 달라진 주인공의 역할이 나에겐 더 의미깊었다.
모두가 통제를 원하지 않듯 모두가 자유를 원하지 않는다.
극 중 애널리스트가 네오에게 한 말이다. 등줄기가 오싹해지면서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된다.
기존 시리즈에서 아키텍처는 인간은 선택권이 있으면 99%가 프로그램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받아들이지 않은 1%가 거대한 매트릭스의 세계관을 뒤엎지 않았나?
선택은 환상이다. 우린 이미 뭘해야 할지 알고 있다.
(매트릭스: 레저렉션 中)
한편으론 영화를 보면서 세월이 야속한 건 어쩔 수 없어 보였다. 50대의 두 주인공이 보여주는 액션은 다소 무겁게 느껴지고, 샌프란시스코 12개의 블록을 막아 촬영했다는 추격 장면은 매트릭스: 리로디드에서 보여준 고속도로 장면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않았다.
2시간 27분의 긴 상영시간까지 호불호가 크게 갈릴 듯하다.
이번 <매트릭스: 레저렉션>에 대해 CNN은 'sleeping pill(수면제)'에 비유했더라.(후덜덜)
미국의 영화리뷰 사이트로 유명한 로튼 토마토는 그래도 exciting 하다고 표현했다.
극과 극의 평가, 이제 대중들의 평가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