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월요일 아침 출근길 이번 주 글쓰기 주제에 대해 생각했다. 시간과 자원이 무한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 물질적 풍요로움과 경제적 여유가 머릿속에 당장 그려진다. 쾌적한 서재, 팔다리 쭉쭉 뻗고 요가수련을 할 수 있는 햇빛 잘 드는 넓은 거실, 일 년에 한 달은 여행 갈 수 있는 경제적 여유까지 무한대로 그려나간다.
최근 가장 부러운 건 가수 이효리의 삶이다. TV 속 이효리가 새벽 요가 수련하고 집에 돌아와 맛있게 아침 식사하고(여기서 아침은 남편이 준비해 준 것이다!) 느긋하게 낮잠 즐기는 삶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나 역시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걸 좋아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새벽에 딱 30분 책을 읽고, 아침 요가 수련하면 하루가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10분의 여유도 내기 어려운 빡빡한 직장생활에서는 낮잠을 잘 수 있는 장소도 시간도 없어 서글퍼졌다.
그날 점심시간 회사 근처 도서관에 이번 주 추천도서인 <핸드메이드라이프>와 <조화로운 삶>을 대출하러 갔다. 4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 땀을 흘리며 두 권의 책을 찾아 열람실을 책상 한 귀퉁이에 앉아 책을 펼치니, 마침 열어둔 창문 사방에서 땀을 식혀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차 싶었다.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만족감을 삶의 우선 가치로 삼지 않았던가 어느새 현실에 발목이 잡혀 큰 걸 놓칠 뻔했다.
<조화로운 삶>에서 헬렌 니어링은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삶, 검소한 삶을 유지하며 최소한의 노동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삶의 중요성과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녀가 살던 시기보다 60년이 지나 더 발전된 2019년을 살고 있지만, 건강과 여유, 삶의 가치 추구에서는 60년 전 헬렌 니어링 보다는 결코 낫다고 할 수 없다. 그 부족함은 절대적인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아니다. 타인과 비교하는 마음가짐이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영화로도 제작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다. 이혼과 경제적 파산 등의 인생의 불행을 과감히 떨치고, 1년간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했던 삶을 담은 힐링 에세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우붓에서 자전거를 타고 숲속 길을 달려 가 주술사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책을 필사하는 단순하고 여유로운 삶이 아름다워 보였다.
비록 저자처럼 1년씩 여행을 떠나고 싶지는 않지만 책 제목만은 내 삶의 지표가 되었다. 인스턴트나 가공식품이 아닌 자연에서 나온 원재료의 맛을 충분히 살려 건강하게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 여유롭게 먹고 충분히 소화시키고 싶다. 그리고 종교를 초월해 요가 수련과 산책하며 나 자신과 세상을 위해 기도하며, 그리고 가족과 친구, 이웃을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삶을 꿈꾼다.
나에게 시간과 자원이 무한하다면 '먹고 기도하며 사랑하는' 삶을 실천하는 데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