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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영 Jun 17. 2019

파티의 게스트가 아닌 호스트로서의 삶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그는 종종 물어봤다.

"5년 뒤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글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생각해야지. 목표가 있어야 지금부터 미리 준비할 수 있지."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 올라왔다. '그래 너는 인생 설계가 착착 되어 있는 참 계획적이고 성실한 사람이다!'


현재에 충실하며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는 것이 모토인 나는 5년, 10년 뒤의 삶을 계획하는 건 언제나 큰 난제였다. 그래서 누군가 물어 볼 때마다 예민하게 반응하곤 했다.


이렇게 된 까닭은 스무 살 이후의 내 삶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내가 원했던 대학은 날 원하지 않았고, 서울에 와 본 적도 없던 내가 외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영원히 외국에서 살 거로 생각했지만 어느새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으며, 이렇게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삶을 살게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20대 중반 뉴욕 맨해탄 한복판에 서서 이건 정말 나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거주지 주소가 '서울 강남'으로 시작하는 주민등록증을 볼 때는 마치 내 신분증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나에게 삶은 깜짝 파티의 연속이었다. 만약 인생의 치밀한 계획이 있었다면 난 결코 그 파티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을 것이다. 연이어 팡팡 열리는 깜짝 파티에 어느새 계획적인 삶보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난 파티에 중독되었고 그렇게 내 인생의 주체가 되기보다 수동적인 태도로 어디에선가 파티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어느 정도 감이 온다. 더는 깜짝파티는 열리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그동안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던 그 질문에 답을 할 때라는 것을.


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완성'이다. 뜬금없어 보이지만 나름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외형적인 성공이 아닌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감각과 의식의 세계에서의 완성을 추구한다. 죽음의 순간에 나는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았고 나 자신이 자랑스러울 수 있는 만족감과 충만함 속에서 행복하고 평화롭게 눈을 감을 수 있는 삶을 완성의 삶이라 본다.


대단히 거창해 보이지만 삶에서의 만족과 충만함은 결국 인생을 얼마나 즐겼냐가 아닐까 싶다. 아직 인생의 깜짝파티를 갈구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제는 깜짝파티가 아니라 내가 정성껏 준비해서 여는 나 자신이 호스트인 파티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 내가 파티를 연다는 건 결국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이고, 나라는 사람을 스스로 책임진다는 의미이다. 깜짝 놀랄 일은 없겠지만 내 성향과 취향에 맞추어 여는 파티는 충만하고 만족스러울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아도 되고, 내가 호스트이자 유일한 게스트인 파티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새롭고 깊은 우물을 파야 한다. 게으름과 귀찮음으로 차일피일 미루던 일들을 하나씩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데, 우선 5년 이내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것이다. 책이란 모름지기 하나의 콘텐츠가 제법 깊은 주제로 담겨있는 정리본이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콘텐츠를 6개월 이상 글로 쓸 수 있는 꾸준함과 성실함 그리고 집중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또한, 신나게 놀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와 같이 오감을 충족하는 재미도 꽤 즐겁지만 더 나아가 삶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고 성장하는 재미와 이를 통해 얻은 것을 사회와 이웃과 나누고 싶다.


앞으로 내 삶에서 관심사와 나의 위치는 끊임없이 변화하겠지만 그 와중에도 나만의 고유성은 유지하고 싶다. 다양한 환경에 처했을 때도 내가 결코 놓지 않았던 독서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속할 것이고 음식, 여행, 외국어, 화장품 등 늘 새로운 무언가를 만날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도전하고 배우며 성장할 것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위한 배움과 성장 그리고 나눔은 내가 여는 파티의 메인 주제다. 그러한 삶을 하루하루 살다 보면 어느새 완성이라는 신기루가 실체가 되어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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