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열심히 부지런히 하면 충분히 내가 원하는 그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업무에 필요한 각종 공부를 하며 1분 1초를 허투루 쓰지 않고자 노력했으며 그렇게 열심히 하면 원하는 데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확신했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던 어느 순간 가만히 서서 보니 나에겐 껍데기만 남아 있었다. 패기와 열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헛헛하고 텅빈 느낌이 가득했다. 마음과 몸이 무너져 내려가던 어느 날, 당시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던 영화 <시크릿>을 보게 되었다.
무엇을 할때 가장 행복한가요?
방향을 잃었다고 느꼈을땐 에너지를 채우는 무언가를 해보세요.
영화 속 한 심리학자가 무엇을 할때 가장 행복감을 느끼냐고 묻는데 그에 대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영화 뒤편의 내용은 머릿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곰곰히 생각했지만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무엇을 해야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감을 느끼고 에너지가 채워지는지 쉽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내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때서야 그동안의 나의 삶은 내가 아닌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왔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할때 행복한지 찾기 시작했다. 정답을 빨리 찾으려는 학생의 마음이 아닌 이제 진짜 어른으로서 느긋하게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이상한 짓도 시도해 보며 찾은 나의 행복한 순간은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았다.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
엄청난 자산을 가진 부자가 되고 싶지도, 남들이 우러러 보는 인기와 자리에 가고 싶지는 않다. 매일 아침 좋은 컨디션에서 일어나 오늘 하루 갈 수 있는 직장이 있음에 감사하고, 내가 할 일이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감을 느낀다. 그리고 모든 일과를 다 마치고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밤 10시경 집 안의 모든 불을 끄고 작은 조명 하나 켜놓고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 책을 읽는 것이다. 오늘 하루 마무리 하지 못한 일도 없었고, 불필요한 말과 행동으로 마음이 괴롭지도 않으며,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며 조급해 하지도 않아도 되는 상태에서 그저 그렇게 책을 읽다 잠이 오면 잠들면 되는 그런 일상이 행복하다.
운동
토요일 오전 늦잠자고 싶은 마음 꾹꾹 내려놓고 요가원에 간다. 꼭 요가가 아니라도 된다. 토요일 오랜만에 푹 자고 일어나 운동하러 다녀오면 주말 내내 의욕이 넘친다. 그 느낌이 너무 좋고 행복해 금요일은 자연스레 일찍 집에 들어와 내일 아침 요가수련 가자고 다짐하며 기대와 설렘 속에 주말을 맞이한다. 피로도 스트레스도 없는 몸과 마음이 가벼운 컨디션에서는 그동안 되지 않았던 아사나(동작)가 완성되고 행복함은 더 커진다.
자연과 가까운 삶
머리가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할 때는 집에서 가까운 둘레길을 걷는다. 깔끔하게 잘 닦인 공원 산책로도 나쁘지 않지만, 흙먼지 날리며 새소리 지저귀는 산 속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나도 모르게 쌓인 마음의 먼지들이 청소되는 느낌이다. 꼭대기에 도달하는 등산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둘레길은 대체로 한적하다. 벤치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푸른 나뭇잎과 바람소리를 듣고 있으면 엄청나게 힐링이 된다. 나도 자연의 일부임을 숲 속에 있으면 느끼게 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자연 속에 홀로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지고 조급하고 소심했던 마음이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지금도 그걸 찾고 있는 탐색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곧 나를 찾는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은 나의 행복한 순간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데 2,000자 채우기도 어려울 만큼 나 자신을 관찰하고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저 열심히 부지런하면 무언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애초에 나는 무엇을 위해 부지런하고 열심히 하고자 했는지 비전이 없었다.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부터 알아나가야 할 듯 하다. 차근차근 나를 알아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