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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Jul 06. 2020

'자기’ 중심의 한국인 초상이 그립다

'자기’가 있는 성취감



 
 
요즘 젊은이들은 ‘~ 같아요’라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쓰고 있다. “이 영화는 어땠나요?”라고 물으면, “재미있었던 거 같아요,” 혹은 “이 음식 맛은 어떤가요? ”하면, “맛있는 거 같아요.” 또는 꽃을 보고도 “예쁜 거 같아요,” 라며 자기표현이 분명하지 않다.
‘~ 같다’는 추측, 불확실한 단정을 의미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비가 올 것 같다’처럼 비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기 때문에 불확실한 추측을 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어떻게 자기감정을 추측으로 표현을 하는지 의문스럽다.
‘~인 것 같다’는 결국 ‘나’만이 아니라 ‘우리’ 속에 신념이나 이념, 가치관을 공유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우리’ 속에 ‘나’를 가두는 말을 사용한다면, 결국 어떤 이념이나 가치관으로 주인의 자리가 온전한 ‘나’ 임을 확인시켜 주지 못한다.
외국인들이 보는 한국인들의 말과 태도를 빌어보면 심각하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변명과 구실, 책임 회피성 기법들이 발달해 있다. 사과할 때조차 온갖 구질구질한 변명은 다 갖다 댄다. 한국인이면 거의 모두 이런 비판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런 한국인들 성향이 은연중에 언어생활까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 아마도 ‘~인 것 같다’, 혹은 ‘~일 것이다’라는 주체의식이 분명하지 않은 소극적인 표현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번 해외여행 중 호주에서 만난 한 남자 가이드를 통해서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들의 주인의식에 대하여 재조명을 하게 되었다. 그는 중학교 때 아버지를 따라서 호주로 이민을 하여 학교를 다녔고, 영주권을 얻어 현재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고국에 대한 열정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아버지라면서, 아버지가 심어준 애국심으로 오히려 한국에서 여행을 간 우리들에게 여행기간 내내 한국 역사와 국민의식을 수없이 강조하곤 했다. 굳이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데 아버지의 뜻에 따라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대한민국 군 복무를 마치게 된 것이 지금도 아주 자랑스럽다는 말에 우리 일행은 모두 큰 박수를 보냈다.
그야말로 그는 ‘우리’ 안의 자긍심을 심어주는 꿋꿋한 한국인의 모습이었다. 만약에 우리가 외국에 거주하는 교포들을 만나서 당신은 ‘한국인인 것 같다’라고 말을 하면 얼마나 기분 상하겠는가?
하지만 ‘~인 것 같아요’ 어법을 부정적은 측면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어법은 미덕을 담은 긍정적인 측면으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기주장의 수위를 낮추고 상대방의 의견을 구하려는 배려심이 줏대가 없는 어법처럼 보이나 의견 충돌을 방지하고 부정적 감정 자극을 억제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절제된 표현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말은 같은 단어와 문장의 띄어쓰기 문장으로도 여러 가지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에 사실 한국어를 사용하는 국민들조차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우리는 비록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에까지 스며든 불확실한 모습의 자신을 외국인에게 보이지 말았으면 한다. 물론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인 것 같다’고 한다면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도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일을 하던 ‘자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자기’가 없는 곳에서는 어떤 성취도 결코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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