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한상림
기모바지와 체크남방을 사서 내미는 여자에게
습관처럼 핀잔을 쏟아내는 남자
못마땅한 건 옷이 아니라 여자다
여자는 이왕 사온 것 한 번 걸쳐나 보라며
옷가지를 내민다
줄어든 바지 길이와 패인 목 사이즈까지
줄자로 잰 듯 안성맞춤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엇나가는 결
목수의 대패질로도 다듬어 낼 수 없다
그저 눈 딱 감고 35년 째 묵묵히
까다롭게 늙어가고 있는
거실 이 켠 저 켠에서 익어가고 있는
늙은 호박 두 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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