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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Sep 29. 2024

65세 이상 무임승차 시시비비

-한상림 칼럼

    

      

 얼마 전, 혼자 사시는 88세 할아버지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지하방에서 기초 수급비로 생활하며 1주일에 한 번 온양온천 가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하였다. 자비로 온양까지 오간다면 겨우 1년에 한 번 나들이 가기도 힘든 일이 뻔하다. 이런 노인들을 보면 서울시에서 65세 노인들을 위해 지하철 무임승차를 운영해 온 것은 어쩌면 가장 잘해 온 정책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지만 지난 4년간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에 따른 서울시의 적자가 3,236억 원이라 한다. 이는 전체 지하철 운영 적자의 절반 수준이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라 하니 이대로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50년도에는 20.6%, 2050년도에는 40%가 넘는다는 전망하고 있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갈수록 저출생 문제로 청년 인구가 줄어들면, 적자 운영 문제해결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서둘러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도 시민도 함께 절충안을 만들어서 해결해야 한다.


  적자의 원인이 무임승차의 이유만은 아니라고 하는 노인들 입장으로 해석하면 그도 그럴 것이다. 어차피 지하철 운행은 시간에 맞춰서 운행하는 것인데, 빈 차로 가나, 태워서 가나 마찬가지라는 거다. 65세 이후 퇴직을 하고 나면 수입도 없고 건강이 나빠지면서 의료비까지 늘어나 신체적 정신적으로 위축되는 시기다. 육십 평생 일하여 국가에 바친 세금으로 노후에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당당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65세보다 기준 나이를 올려야 한다는 답변이 여론조사에서 53.2%로 나왔다. MZ세대들은 정작 그들이 노인이 되었을 때는 무임승차는 꿈도 꾸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한다. 따라서 반값이라도 요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청년 세대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이러한 여러 요인으로 인해 노인 세대와 청년 세대 간 세대 갈등 조짐도 보인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점검해 볼 문제도 있다. 현재 서울 지하철 재정 손실과 사회적 편익 가치를 따져볼 문제다. 서울시의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영업 손실의 절반인 2,000억 원대라 한다. 이는 노인들의 사회적 손실 수치와 비슷한 수치다. 즉, 노인 우울증 감소, 교통사고 감소, 의료비 절감, 관광산업 활성화 등으로 3,300억 원이 발생한다고 볼 때, 오히려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보다 사회적 비용이 훨씬 덜 든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고령화로 인한 노인 인구가 증가한다고 볼 때, 노인 무임승차 부담의 증가와 적자는 비례할 수 있다. 그러나,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덜 단다면 지금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당장 서울시 지하철 운영 손실을 줄이려면 그에 따른 방안과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얼마 전 정치권에서 모 의원이 무임승차 나이를 상향해야 한다고 발의하였다. 하지만 현행 65세 이상을 72.6세로 상향한다면 당장 노인단체의 반발이 심할 것이고 표를 의식한 의원들이 쉽게 추진할는지는 의문이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줄 것인가?


  현행 정년퇴직이 만 60세인 곳이 많아서 퇴직 후 10여 년 후에나 무임승차가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사실 현재 노년기로 접어든 베이비붐세대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식을 위해 평생을 일하며 정녕 본인들 노후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상 퇴직을 해도 연금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만 노년기를 살아갈 수 있다. 때문에, 무임승차의 지하철 이용은 특별한 수입이 없는 노인들에게는 삶의 큰 원동력이 된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근교로 나가 바람도 쐬고 올 수 있는 노인들에겐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이제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비용에 대한 부담과 안전사고 때문에 자동차 운전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바쁜 자식들에게 일일이 신세를 질 상황도 아니다.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노인들에겐 그나마 지하철 무임승차로 큰 활력을 찾게 된다. 하지만 움직일 수 있고 건강이 좋은 사람들이나 지하철 이용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고질병처럼 해마다 적자 운영에 대한 서울시의 고민을 지켜만 볼 수도 없지 않은가. 훗날 청년 세대에게 거추장스러운 노인의 존재로 세대 격차와 갈등의 원인이 될까 봐 염려스럽다.


  한편 출퇴근의 복잡한 시간에 이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업무로 인한 것이 아니면 자제해야 하는 것도 노인들이 할 수 있는 배려심이다. 바쁘게 일터로 나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민폐 끼치는 것은 삼가도록 해야 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절충안을 만들어서 해결해야 한다. 무임승차 나이 상향 역시 이미 기존에 운영해 온 방법에서 갑자기 5세 이상 상향하는 것은 무리이고, 1~2세 서서히 늦추는 방법도 고려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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