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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Dec 05. 2024

남자들은 왜 오빠가 되고 싶은가?

-한상림 칼럼

남자들은 왜 오빠가 되고 싶어 하는가?     


  ‘오빠’란 단어를 검색하면 대중가요 속 다양한 오빠들이 등장한다. ‘오빠는 풍각쟁이야, 오빠, 나만 바라봐,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 어떡해, 오빠 한 번 믿어봐, 오빠는 잘 있단다…’ 등 언제 들어도 익숙한 가사와 멜로디가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대한민국의 오빠들이다.


  ‘오빠’가 ‘아빠’가 되고, ‘아빠’가 ‘여보, 당신’이란 호칭으로 바뀌게 되는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서 편안하게 부르던 ‘오빠’가 요즘 새롭게 부각한 이슈로는 영부인의 문자 메시지 때문이다.      


  오빠는 한 부모에서 태어난 남매로, 자기보다 먼저 태어난 남자에게 부르는 호칭이다. 그런데 여성들은 혈연적인 오빠는 물론 학교에서나 사회 즉 종교단체나 각종 모임에서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들에게 아주 친근감 있게 ‘오빠’란 호칭을 사용한다. 특히 연인 사이에서 사용하던 호칭인 오빠가 결혼 후 자식들 앞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오빠, 오빠”하고 부른다.

그렇다면 오빠와 결혼해서 낳은 아이들이 남매일 경우 역시 남매간 호칭도 오빠인데, 집안에 아버지도 아들도 오빠가 되는 셈이다.

이런 모순의 아이러니를 어찌 해석해야 하나?


  70~80년대만 해도 대학에서 선배인 남성에게 여성들은 ‘ㅇㅇ형’이라고 불렀다. 그땐 그런 호칭이 참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친근감이 있게 들렸는데, 지금 젊은이들은 대부분 ‘오빠’란 호칭을 사용한다. 둘 사이에 어떤 호칭을 부르던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오가는 애정 표현이니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단체생활을 하면서 남 앞에서 자기 남편을 오빠라고 하던가. 가족들 앞에서도 오빠라고 칭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우리나라에는 결혼한 부부끼리 ‘여보, 당신’이란 아주 자연스러운 호칭이 있다. 서로가 부를 땐 “여보, 당신”하고 부르는 것이 좋다. 혹 가족이나 다른 사람 앞에서 남편을 지칭할 경우는 oo 아빠라든가, oo 씨라고 하는 게 맞다. ‘여보’[如寶]는 “나의 보배.”란 말이고, 당신[當身]은 “나의 몸과같이 소중한 사람.”이란 뜻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호칭을 두고 ‘오빠’란 호칭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왜 남자들은 아내에게서 ‘오빠’란 호칭을 듣고 싶어 하는 걸까?

여동생이 없는 남성에겐 오빠라는 호칭을 듣지 못하니 연애할 때만이라도 여동생처럼 “오빠, 오빠”하고 불러주면 당연히 보호본능도 생기고 기분 좋게 들릴 거다. 반면에 여성 역시 친오빠가 없는 경우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빠라고 부르면서 오빠이면서 연인인 두 가지 의미를 만족하게 된다.


  어떤 여성이 결혼 후 남편에게 이제 오빠라고 하지 말고 다르게 부르겠다고 하니 그냥 그대로 오빠가 좋다고 하였다 한다. 아이를 둘 낳아서 성장할 때까지 익숙하게 들어온 오빠란 호칭을 하루아침에 다르게 부르면 듣는 남성으로선 불편하고 어색하기 마련이다.


언어에도 습관이 있어서 오래된 습관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애 시절에 오빠라고 불렀더라도 결혼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호칭을 바꿔서 부르는 게 맞다. 물론 첫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그런대로 누구누구 아빠라고 할 수가 없으니, 그때까지는 오빠라고 부르더라도 아이를 낳으면 바로 oo 아빠, 혹은 여보 당신으로 부르는 게 현명하다.


  아니면, 결혼식장에서 성혼선언문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여보, 당신”이란 호칭을 부르도록 주례사가 시키는 것은 어떨까? 마치 코미디 영화의 한 컷처럼 한바탕 웃을 일이지만, 그 또한 재치 있는 주례사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주례가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사랑하는 아내에게서 ‘오빠’라는 호칭을 강요하지 말아 달라고 한다면 이 또한 아이러니한 발상일 거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오빠’란 호칭을 제자리로 돌려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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