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이대로 지켜만 볼 것인가
“정인아, 미안해.”
어린 생명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어른들의 죄책감과 미안함이 섞인 말이다. 16개월 정인이가 양모의 학대로 사망한 소식에 많은 이들의 분노와 울분이 가득했다. 그러나 정인이 사건 이후에도 아동학대 소식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아동학대는 대부분 부모에 의해 가장 많이 발생한다. 그것도 양부모가 아닌 친부모에 의한 학대가 80% 이상이다. 마치 자식을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고 훈육이라는 구실로 체벌과 학대,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접하면서 언제까지 이런 뉴스를 계속 지켜만 봐야 할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영화 ‘어린 의뢰인’은 2013년 경북 칠곡의 계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망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어린 의뢰인’은 어른들 시선이 아닌 아동의 시선에서 만든 영화인데, 이 영화를 통하여 아동의 입장에서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처참하게 죽은 동생을 지켜보고도 언니는 계모의 강요에 의해 거짓 진술을 자백하며 동생을 자기가 죽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애정을 갈망하는 언니는 폭력을 당한 후에 안아주면서 사랑해서 그랬다고 합리화하는 계모의 눈치를 보면서 엄마의 빈자리가 두려워 다가가는 아이러니한 관계가 이뤄졌다. 거기에 친부의 방치로 인해 경찰에 신고하여도 경찰 또한 체벌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아동보호기관에서도 소홀하여 결과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정인이 역시 마찬가지다. 16개월이면 언어 발달이 덜 된 유아로서 웃거나 울면서 의사를 표현하는 작은 몸짓에 불과한 나약한 아가다. 그런 아기를 굶기고, 때리고, 던지고, 물건 다루듯 함부로 학대한 양모의 잔악성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기에 분노하며 안타까워 눈물을 흘린 것이다. 정인이뿐 아니라, 지체 장애가 있는 아동들은 학대를 더 당하기 쉽다. 차라리 케어가 불가능하다면 시설에 맡겨서 보호받을 수 있게 하는 게 나을 것이다.
오스트리아 과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말한 ‘각인(刻印) 효과’는 인공부화로 갓 태어난 새끼 거위가 태어나서 최후로 36시간 이내 처음 본 대상을 어미로 알고 졸졸 따라다니는 애착을 갖는 모자 관계를 말한다. 환경에 각인되는 시간이 고양이는 2-7주, 원숭이는 1년, 사람은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성장기 아이들은 결국 엄마의 말투, 아빠의 행동을 모방하게 되는 중요한 시기다. 이런 시기에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결국 부모의 학대를 대물림받게 되는 것이다.
화를 내기 전에 잠시만 아동의 입장으로 되돌아가서 그 당시 ‘나’라고 생각해본다면 쉽게 정신적 학대나 체벌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즉, ‘나 되돌려보기’ 방법이랄까. 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탤런트 김혜자 씨의 말처럼 약자에 대한 어떤 체벌이나 학대도 하여서는 안 된다.
곧 국회에서는 ‘정인이 법’이 분명히 만들지도 모른다. 정인이 이전에도 수많은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이 많았지만, 이슈로 떠돌다가 사라지면서 또 다른 아이들이 계속 희생되는데도 강력한 대책 마련이 안 되는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민관이 다 각도로 연구하여야 한다. 정부와 사회, 부모와 아동,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 경찰, 아동보호기관 등에서 협력하여 개선하지 않으면 고질병인 아동학대로 인하여 누군가 또 악마의 손아귀에서 희생되고 말 것이다.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에는 엄벌을 취하여 사형이나 무기수로 남게 한다면 그 법이 무서워서 그렇게 마구 때리고 학대하여 죽이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경찰 역시 신고를 받으면 철저하게 조사하여서 부모가 반성하도록 일정 기간 강제로 격리하여 아동보호기관으로 옮기면 어떨까.
또한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교사들이 학대 흔적을 발견하면 의무적으로 즉시 신고를 하도록 규정을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대부분 신고를 하고 나서 보복이나 협박을 당할까 두려워서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까운 이웃에서 누구보다 가장 먼저 학대 현장을 눈치채면서도 선뜻 신고하지 못하고 망설이게 된다. 이런 경우에 신고한 사람을 보호해 주고 신고 내용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아이들에게도 부모에게 학대나 폭력을 당하면 112로 신고를 하여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
정인이 사건 이후 입양기관에 문의 전화가 줄어들고, 현재 입양아를 기르고 있는 양부모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한다. 버림받은 아이들을 입양하여 기르는 양부모들은 정말로 훌륭한 사람들이다. 어쩌면 피치 못 할 사정으로 아이를 입양기관에 맡길 테지만, 되도록 미혼모나 미혼부도 친부모로서 양육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