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랑 나랑

고삐

자작시

by 한상림

고삐


한상림


미련하게 끌려 다니는 짐승을

'소'라고 하자 움머움머,

두 음절로 노래가 된다고

목줄을 팽팽히 당겼다 풀어줄 때마다

딸랑이는 목방울, 기껏 꼬리나 휘젓다 휘둥그레진 눈동자

맨입에 되새김질하며 흘리던 침

때론 거품 물고 숨넘어갈 고비도 수없이 넘나든다

아마, 저 줄은 수시로 느린 목숨을 끌어당기고 있을 게고

그 줄이 목숨 줄 인양 죽어라 매달려 살았을 게다, 지금

나를 묶고 있는 휴대전화기가 아무 때나 울어대고

누군가 내 뒷덜미에 던져주던 달콤한 말들,

그 몇 마디에 길들여져 어디론가 끌려 다닐 때면

진정 누구의 줄에 끌려 다닐 때가 그리도 행복했었느냐고

수인번호로 전화 걸어 물어본다

아무 저항 없이 채찍 세례 받아들이는 소처럼

쏟아지는 빗줄기 속을 걸어도 본다

첨벙첨벙, 물구덩이를 밟을 때마다

발등 위로 솟구치는 하얀 거품

퉁퉁 불어터진 가죽구두 틈새로 삐걱이는 외마디,

그래도 당신 줄에 끌려 다니던 시절이 참 따스했노라던

죽어서야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덩치만큼이나 미련하기 짝이 없는

누런 짐승의 목을 끌어당기는


한상림 두 번째 시집 <종이 물고기>


소는 평생 고삐에 묶여서 산다.

죽어서야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소

구두로 가방으로 옷으로

어디로든 자유로이 다닐 수 있지만,

이승과 저승 중에서 어디가 더 좋으냐고 소에게 물어보니

그래도 고삐에 묶여서 사는 이숭이 좋다고 한다.


우리도 지금 수많은 고삐에 묶여서 살고 있다.

그중 휴대폰이라는 고삐에 묶여서 일정표대로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고 어디론가 다녀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뚝 끊어진 고삐인 줄이라고 가정해 보자.

무척이나 황당하고, 갈 곳 없고, 외로울 것이다.

아니면 저승으로 떠나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현재, 지금"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무언가 할 일이 있다는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들

'지금'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자는 의미로 쓴 시다.



이미지 출처-인터넷 다음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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