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우리의 일생으로 표현한다면 9월은 중년에 해당된다. 중년의 감성으로 맞이하는 9월은 언제나 새롭게 다가오는 가을이다. 가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추억”이다. 그것도 풋풋한 추억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흑백 필름에 담긴 빛 바랜 기억들이다.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기억 속에는 꼭꼭 숨겨진 사랑, 가슴 저린 이별, 혹은 감추고 싶은 소중한 이야기들이 오래된 가을처럼 자리해 있다. 그 주인공이 나였다가, 혹은 너였다가, 그 누구라도 좋다. 그저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새롭게 맞는 이 가을이 훗날 지워지지 않을 또 다른 추억으로 머물러 있다가 현재의 모습을 또렷하게 환기시켜 주지 않는가.
오래된 가을
- 천양희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 본 적이 있는가
새벽 강에 나가 홀로
울어 본 적이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적이 있는가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어 본 적이 있는가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증오보다 사랑이
조금 더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그런 날이 있는가
가을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
보라
추억을 통해 우리는 지나간다
천양희 시인의 <오래된 가을>을 펼쳐 들면 정작 우리가 마음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눈으로 보는 가을이 그저 전형적인 가을의 모습이라면, 마음으로 보는 가을은 인생의 깊이를 성찰하면서 자신을 새롭게 돌아보게 하는 계절이 아닌가 싶다.
올 가을에는 오래된 스티커 앨범 속에 붙어있는 흑백사진들을 들춰보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 안에 가장 후회하고 아쉬운 것이 무엇인가를, 남은 생을 위해 어떤 모습으로 가을을 그려 가야 할지를 생각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맞이하고 싶다.
~이 글은 2012년도 10월에 <아트앤아트> 월간 미술잡지의 문화산책 코너에 실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