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동백
--나병 환자들의 슬픔을 담고 있는 나무 한 그루
by
한상림
Sep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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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동백
한상림
잘 꾸며진 정원 한 켠
물끄러미 병실을 바라보고 서 있는
동백나무
빗줄기에 대고
송알송알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
꽃 편지 펼쳐놓고
아무리 적어 봐도
서러운 이야기들 뿐
보리깜부기 볼거질 때면
짙은 눈썹달 그려가며
쏟아내던 붉은 눈물
꽃잎 떨어지던 밤
바다건너를 꿈꾸던
그해 봄.
2013년 4월 23일
소록도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아픈 역사의 현장에서는 아직도 아픈 사람들끼리 부대끼며 살고 있다.
먼 바다 건너 뚝 떨어진 섬,
지금은 다리로 이어져서 배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소록도에서 단절된 삶을 살았을 조상들 생각을 하니 가슴이 저려왔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병실 앞 뜨락에 서있는 동백나무 한 그루,
비를 맞으며 붉은 꽃잎을 쏟아놓고 있는 거다.
눈썹 빠진 사람들,
얼굴이 뭉개지고 살이 썩어들어가면서도
가족과 떨어져 바다 건너만 바라보며 애간장 태우던 곳
소외 당한 사람들
가족이 그리워, 그리워만 하다 죽어갔던 사람들
일본놈들 실험대상으로
해부 당하고
마루타가 되어
살갗을 찢기며 두려움에 흘렸을
피눈물
저 붉은 꽃잎은 어찌 그리도
붉고 애닲던지...
피비린내기 아직도 흥건하다.
종일 비가 내리는 날, 전날 밤새 달려간 소록도 현장에서
준비해 간 재료로 직접 짜장면 700인분을 만들었다.
주민들이 직접 와서 먹기도 하고
일부는 마을로 가져가서 각 가정으로 배달해 주기도 하였다.
소록도에는 한하운 시인님의 시비가 있는데
한하운 시인 <보리피리> 시비 앞에 서서
보리피리 시를 읽어보고 즉석에서 썼던 시이다.
보리피리
한하운(1915-1975, 본명 태영)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릴 때 그리워
필-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가산하
눈물의 언덕을 지나
필-ㄹ닐니리
소록도에 있는 한하운 시비 <보리피리>
한하운 시인
<표지
사진은 당일 현장애서 직접 촬영한 동백나무>
<본문 사진 2장은 다음 사이트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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