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긋불긋 봄을 지나, 온 세상이 초록을 뒤집어 쓴 계절마저 견디면
봄과는 다른 채도의 가을이 찾아온다.
봄을 대표하는 색이 연분홍이라면, 가을을 대표하는 색의 대표주자는 단연 갈색이다.(그래서 가을인가?)
비가 오고 나면, 영하권의 추위가 찾아온다는 기상케스터의 한마디에
어쩌면, 2024년의 가을과 할 수 있는 마지막 인사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급히 밖으로 나섰다.
가을볕, 그리고 사방에서 흔들리는 갈대와 흩날리는 낙엽이 계절의 마지막을 알리고 있었다.
2024년 마지막 가을....
가을을 따라 꽤 오랜시간을 걷다 비어있는 벤치에 앉아 지나는 가을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짧지만, 찬란했던 나의 2024년 가을
시간의 흐름을 계절로 따지면,
남은 시간이 그리 여유롭지 않다는 것을 너무도 명확히 실감할 수 있다.
나는 이미 40번이 넘는 가을을 만났고,
별 일이 없다면, 앞으로 40번의 가을과 더 만나게 될 것이다.
한해 한해 만나게 될, 같은 계절은 나에게 매번 새로울 것이고, 더없이 아쉬울 것이다.
유한한 시간이 만들어 낸 아쉬움의 깊이는 남은 삶의 시간과 정확히 반비례할 것이며
마지막 계절을 맞이하게 된 나의 아쉬움, 그 심연으로 추락한 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사람들이 분주히 핸드폰을 들고 서쪽을 향해 선다.
무슨일인가 싶어 고개를 들어 서쪽 하늘을 바라보니,
가을볕이 빨갛게 익어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내 인생도 어느날 툭 하고 떨어질지언정, 저렇게 고운색으로 충분히 익어 떨어질 수 있길 바라며
2024년 마지막 가을에게 인사한다.
안녕.
어느때보다 곱던 나의 2024년 가을
(글을 쓰며 들었던 노래를 공유합니다. 글과 함께 들어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