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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 Mar 18. 2016

골방멜로디

방구석 예술가의 두서 없는 고백

 어릴 때 나의 소원은 나만의 골방을 갖는 것이었다. 올드보이에 나오는 그런 골방에서 책을 가득 쌓아두고 시간이 가는 것도 모르고 어떤 구속도, 시달림도 없이 책만 보고 싶었다. 내가 올드보이의 주인공이었고, 유지태가 TV가 아니라 새로 나온 소설들을 주었다면 난 군만두만 먹어도 거기서 늙어 죽어도 좋았다. 무언가에 쫓기듯 사는 것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똑같다. 어릴 땐 점수에 쫓기더니 사회에 나오니 통장 잔고에 쫓기고, 빛의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에 쫓긴다.

 

 무작정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미친 듯 달려오던 레일을 벗어나 토끼와 거북이 속의 토끼처럼 햇빛 쏘이며 잠만 자고 싶다는 생각을 늘상 한다. 골방은 내게 도망 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진화했다. 능력 하나를 추가하게 된 것이다. 그 능력은 점차 어마어마 해져서 지금은 어벤져스급이 되었다.

 물건들과 옷들을 무작정 늘어놓고, 쌓아두는 버릇, 혹은 습성. 또는 능력.

 언제 얻어질지 모르는 공간 대신에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야겠다!'는 욕망이 분출 된 것일지도 모른다. 좋게 표현하면. 솔직히 말하면 늘 내 방은 옷과 쓰고 던져 두는 것들로 난장판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치우면 속이 시원했는데 요새는 불안하다.


 부모님은 집에 와도 내방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심난해서. 동생도 마찬가지다. 난  능력을 쌓았고, 골방을 얻었다. 그 대신에 내 방을 잃었다. 아이러니 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치워야 하는데, 치워야 하는데 하다가도 포기하는 이유도 같다.


 내 세상을 온전히 펼치고 싶은데 그 온전히가 무엇일까를 늘 고민한다. 스무살 땐 "방구석 예술 할거면 혼자 취미로 하면 되지!"라고 얘기했었다. 철이 없었던게지.


 서른 한 살.

 난 나의 우주를 펼치고 싶으나 바리케이트를 쌓고 있고, 그 속에서 방구석 예술을 한다.

 

 사람 일은 모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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