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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성평화지킴이 Dec 03. 2019

[생태투어] 화성호 탐조여행

곧게 뻗은 일직선 도로를 달렸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도로 양 옆으로 온통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왼쪽은 끝도 없는 초록색 논이, 오른쪽은 출렁이는 물결이 가득했다. 물결은 곧 부드러운 습지로 변했고 파란 풀대가 바람 따라 나른하게 살랑였다. 어느 것 하나 눈에 걸리는 것 없이 시원한 그 풍경은 전자파공화국에서 살아가는 두 눈에 커다란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화성호는 2002년 만들어진 ‘인공호수’라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건가?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물가에서 쉬던 새들이 일제히하늘로 날아올랐다. 화성호 습지를 더 오래 보려고 차를 막 세운 참이었다. ‘인공’이라는 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맹렬하고 생생한 기세에 그만 와-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철새를 보러 화성호로 떠날 거라고 했을 때 탐조가 분들이 절대로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고 그렇게 당부를 했건만 하늘을 압도하는 생명력에 그만 모든 조언을 까먹어버렸던 셈이다. 새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일제히 하늘 속을 오르내리다 한순간 땅에 내려앉았다.    

  

새들은 밤마다 발레를     

사실 인공호수라고는 하지만, 탐조가들은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조류 20종을 포함한 조류가 무려 136종이나 서식하고 있는 이 화성호 습지를 ‘백조의 호수’라 부르기를 더 좋아한다. 발레극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로 변한 공주와 왕자들의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마법의 호수처럼, 화성호 습지도 수많은 철새들이 기억하고 돌아오는 보금자리라는 의미다.      

실제로 화성호는 사시사철 날아오는 철새들을 맞이하느라 늘 활력이 넘쳐나는데 마냥 똑같아 보이는 새들도 그 이름을 하나하나 꼽다보면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갈매기, 마도요, 청다리도요, 흑꼬리도요, 장다리물떼새, 민물도요, 괭이갈매기,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 쇠기러기, 큰고니. 그 생경한 이름의 새들이 계절마다 돌아와 화성호 습지의 하늘을 가득 메운다. 웅장한 날갯짓을 숨죽여 지켜보며 어쩌면 저들도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밤이 되면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저런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걸 보면 다들 이름 모를 왕국의 왕자와 공주가 틀림없다고. 수만 킬로를 날아온 이들이 벌이는 푸른 습지의 무도회. 비로소 되찾은 두 손과 발로 발레를 추는 수만 마리의 새들. 무도회에 초대를 받으려면 철새 이름을 하나하나 다 알아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 이렇게 물을 수 있을 테니까. 


“알락꼬리마도요 공주님, 저랑 같이 발레 한판 추실래요?”


습지를 뒤로 하고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쉴 새 없이 찍었던 사진들을 돌려보면서 두 눈으로 담았던 것을 온전히 담지 못했단 사실에 아쉬워했다. 수많은 새들의 삶터이자 초록으로 물들은 곳. 

“여기는 이제 인공이라 부르면 안 될 것 같아. 그러기엔 너무 아름다운 자연이잖아!”     


탐조여행은 철새들의 삶의 터전이 자연이 살아있어야 가능한 여행이다. 서해안 갯벌과 습지는 온갖 새와 저서동물의 서식지였지만 간척사업과 산업개발 등으로 훼손되어 많은 생명체들이 사라졌다. 화성호와 화성습지는 해수유통을 통한 15년 이상의 노력으로 다시 철새들의 낙원이 된 곳이다. 특히 미군의 폭격훈련장으로 사용된 매향리 갯벌과 농섬은 매향리의 아픔을 딛고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귀중한 생태현장이다.      

따라서 이런 장소를 방문하는 여행자는 항상 다시 되살아난 생명의 소중함과 이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노력에 함께 동참해야 한다. 탐조 활동을 할 때 지켜야하는 수칙은 생태습지를 보존하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또한 화성습지와 농섬의 방문자 수를 제한하고 방문시기를 제한하는 것도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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