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인쇄사고의 아찔한 기억
양면으로 된 낱장 플라이어 디자인을 의뢰받았음. 색상은 같은 디자인을 쓴 포스터로 확인을 했기에 인쇄감리를 가진 않았음. 인쇄소에서 샘플을 보내왔는데 이게 왠일?! 양면으로 나와야 할 인쇄가 한 면만 인쇄되서 나온거다! 깜놀해서 인쇄소 실장님께 급하게 전화했더니 "응? 한 면만 인쇄하는거 아니야?" 라고 하심. 허걱. 그제서야 컴퓨터를 켜고 인쇄용 파일을 확인했더니 내가 한 면만 나오게 pdf파일을 설정해서 보낸거였음.... -_-
다행히 납품마감기한까진 기간이 남았기에 잘못나온 인쇄물은 파기하고 재 인쇄함. 물론 재인쇄 비용은 내가 냄. 한 브랜드의 행사에 필요한 플라이어여서 납품마감기간을 꼭 지켜야 하는 인쇄물이었음. 돈과 종이는 날렸지만 마감은 지켜서 다행이라고 정신승리했던 기억이.. 나무야 미안하다..
사고 이유: 인쇄용으로 pdf 를 만들 때 인쇄할 페이지가 모두 선택되어 있는지 확인을 안 함. pdf를 만들고 나서도 파일 확인을 안함.
해결책: 확인을 잘 하자
이건 대형사고였음. 약 십년 전 내가 회사에서 막내디자이너였을 때임. 막내라 잡일을 다 맡아서 하던 때. 나는 패션잡지를 디자인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음. 패션잡지에 보면 광고가 들어가잖슴? 그건 외부에서 디자인한 파일임. 브랜드나 광고대행사에서 광고를 만들어서 웹하드에 올려놓으면 막내인 내가 다운받아서 파일에 문제 없는지 확인하고 인쇄소로 넘겼음. 그 광고 파일들은 마감 막바지에 넘어옴. 그러니까 정말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바쁜때임. 외부에서 온 파일은 규정에 안 맞게 온게 태반임. 사이즈도 다르고 이미지도 막 깨져 있음. 그런걸 일일이 다 광고팀에 말하고 다시 받고 하다보면 진짜 정신 나감.
사고난 그 광고는 ㅈxxxx라는 명품 브랜드였음. 앞쪽 좋은 페이지에 실린 광고라서 광고비도 엄청 비쌌을 거임. 그 광고 파일은 받을 때부터 이상했음. 웹하드에서 받는데 자꾸 오류가 나서 파일이 끊기는 거임. 어찌어찌 받아서 열었는데 열었을 때도 뭔가 이상했음(뭐가 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남) 뭔가 문제있는 파일이었지만 또 연락해서 다시 받고 설명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음. 다른 할일도 많았고. 설마 사고 나겠어 하는 맘으로 나는 그냥 인쇄소로 넘겨버렸음. 그런데....
마감 끝나고 전국에 책이 쫘~악 깔렸음. 다음날 출근을 했는데 난리가 난거임. 책을 펼쳤는데 그 광고 페이지에서 브랜드 명이 딱 빠져 있어씀! 데이터에는 분명 브랜드 명이 손바닥만하게 나와 있는데 인쇄가 안된거. 전국에 깔린 모든 책이 다 그 모양.... 와 정말 그날 편집장 광고팀장 다 난리나고 나랑 우리 팀장님 불려가서 죄송하다고 빌고 그 광고 브랜드도 난리나고.. 비싼 광고 날린거임. 브랜드에서 엄청 화나서 광고팀이 싹싹 빌었다고 함. 나는 한동안 쭈구리처럼 찌그러져 있었음. 투명인간처럼 내가 잘 안보였으면 했는데 막내라서 제일 잘보이는 문 앞 자리였기때문에 그러지도 못함
그 다음달 호에 무료로 광고 실어주는 걸로 해결을 했다고 함. 죄송해슴니다.
사고 이유 : 파일이 이상했는데 제대로 공유를 안함.
해결책 : 이상한 파일은 절대 인쇄소로 넘기지 말자 -_-
파란색인데 보라색으로 나옴. 빨간색인데 분홍색으로 나옴. 흔한 인쇄사고임. 사고라고 하기 애매한 경우도 있음. 보통 이럴 땐 "모니터에서 보는거랑은 달라요"가 세트로 붙음. 아무리 그래도 이해가 되는 수준이어야지 정말 얼토당토 안할때가 있음. 짙은 파랑이 그냥 파랑으로 나온건 이해해도 파랑이 보라가 되는건 사고 아니겠음?
색상이 중요한 인쇄물을 뽑을 땐 꼭 독판인쇄를 맡기기 바람. 일반적으로 맡기는 인쇄가 독판인쇄지만 저렴한 인쇄를 찾다보면 '합판인쇄'라는걸 발견할 수 있을거임. 이게 뭐냐면 쉽게 말해서 인쇄 한 판을 할 때 내꺼 한가지 작업물만 돌리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작업물까지 합쳐서 돌리는거임. 그러니 내 작업물에 색을 맞추려면 다른 사람 작업물 색이 안맞는 경우가 생기므로 정확한 색상 구현이 불가능함. 합판인쇄가 무조건 안좋다는게 아님. 색의 정확도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작업물을 저렴하게 인쇄하고 싶을 땐 추천함. 하지만 색조 화장품처럼 색상구현이 정확해야 하는 작업물을 인쇄할때는 꼭 독판인쇄를 맡기고 반드시 감리를 보러 가는걸 추천함.
사고 이유 : 모니터와 실제 인쇄물의 색상구현 차이.
해결책 : 독판인쇄를 맡긴다. 미리 교정지를 뽑아서 인쇄소와 공유한다. 인쇄감리를 보러 간다.
여러 인쇄사고를 겪어본 나는 꼭 인쇄감리를 보러 감. 근데 이건 감리까지 보고도 못잡아냈음. 감리도 꼼꼼히 보고 인쇄소 실장님과 덕담도 나누고 이번 작업물 정말 맘에 든당 헤헤헤 하면서 완성되서 나올 책을 기다렸음. 며칠 뒤 완성된 책이 배송됐음. 그런데..
책 안에 인쇄가 비스듬하게 된 거임.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모든 내용이 약 5도 가량 비스듬히 찍혀 있었음ㅋ 왜 이런건지 모르겠음. 인쇄소에 전화했더니 아니 이게 왜이렇게 됐지 하심. 아직도 정확히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음. 인쇄업계 종사자 분들 혹시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시길. 내 생각엔 재단할때 종이 덩어리가 살짝 밀려서 그런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듬.
이 사고 이후 알게됐지만 의외로 이렇게 비스듬히 찍힌 책이 많음ㅋㅋ 집에 있는 소설책 보다보면 비스듬히 찍힌거 많이 발견함. 그 전엔 전혀 눈치채지 못했음.
사고 이유 : 모름. 알려줘..
해결책 : 모름.
이걸 사고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음. 너무 흔해서. 색이 진한 이미지가 들어가는 인쇄물의 경우엔 하얀 부분에 약간 때탄것처럼 얼룩얼룩한 걸 발견할 수 있음. 이런 뒷묻음이 전혀 없기는 불가능한걸까 싶을 만큼 뒷묻음은 흔함. 아주 미세하게 있어서 만든사람 아니면 잘 모르고 넘어갈 때도 있음.
그런데 이런 얼룩이 표지에 있으면 문제가 커짐. 책 안쪽은 그냥 잘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표지는 너무 잘 보이잖슴? 이걸 방지하기 위해 코팅을 하기도 함. 코팅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음. 유광, 무광 코팅처럼 종이 질감이 아예 없어지는 코팅도 있고 종이 질감 살릴 수 있는 코팅도 있음. 표지는 코팅을 하는게 좋은 것 같음. 뒷묻음 문제도 있지만 오래되면 때가 타니까. 인쇄소와 잘 상담해서 알맞은 코팅을 하기 바람.
참, 수입지같은 경우엔 인쇄 후 건조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이 사고가 나기 쉽다고 함. 흔하게 쓰지 않는 종이를 쓸 경우 꼭 인쇄소와 상담하고 인쇄에 걸리는 시간을 길게 잡아서 사고에 대비하자.
사고 이유 : 건조 기간이 짧아서라는데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음. 인쇄기계를 돌리면 종이가 순식간에 쌓임. 그럼 그 순간 묻을 건 다 묻을 거 같은데.. 인쇄소에서는 건조를 충분히 해야 하니 인쇄하는 기간을 너무 짧게 두지 말라고 함.
해결책 : 인쇄에 소요되는 시간을 길게 잡자.
이건 내가 아는 디자이너분이 겪은 건데 페이지가 한 페이지씩 다 밀려서 나옴. 책을 펼치면 왼쪽 페이지가 있고 오른쪽 페이지가 있잖슴? 왼쪽부터 시작해야 하는게 오른쪽부터 시작한거임. 그러니까 그 페이지 뒷쪽으로 다 한페이지씩 밀려서 나옴ㅋㅋㅋ 책이 엉망진창됐음. 난리났음. 그거도 비싼 광고였는데 디자이너 인쇄소 할거없이 엄청 당황했었음. 이럴때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배열표'를 인쇄소에 전달하는 거임. 배열표가 뭔지는 따로 써놓은게 있으니 아래 링크 달아놓겠음. 이 배열표를 인쇄소와 공유하면 디자이너가 파일을 잘못 전달하더라도 인쇄소에서 알려줄 수가 있음. 인쇄소에서도 헷갈리는 부분이 있더라도 배열표를 보고 맞춰볼 수 있음. 페이지가 많은 책이라면 더더욱 배열표가 필요함.
사고 이유 : 인쇄소에서 인쇄판 용 pdf를 만들때 잘못 판을 짰거나 디자이너가 인쇄용 파일을 넘길때 한 페이지를 빠뜨리고 넘긴 걸로 추정.
해결책 : 인쇄소와 배열표를 공유하자
배열표 자세히 적어놓은 링크
https://blog.naver.com/jjka1120/222243494375
오타는 흔한 사고임. 그냥 넘어갈 때도 많음. 근데 진짜 중요한 부분에서 오타가 나면 치명적임. 예를 들어 회사 소개서를 만들었는데 회사 전화번호가 잘못들어갔다던지, 공연 홍보물을 만들었는데 공연하는 일시 장소가 잘못되었다던가 하는 경우..ㅋㅋ 아정말 아찔해ㅎㅎ 이런 경우엔 그 부분에만 스티커를 붙여서 수정함. 몇 백부~천부 단위로 정도 뽑았다면 스티커 뭐 붙일 수도 있음. 모든 직원이 다 달라 붙어서 하루종일 스티커 붙이면 됨 근데 오천부 만부 뽑았다면ㅋㅋㅋ생각하기도 싫음. 재인쇄 해야지 뭐... (글 쓰고 있자니 나무에게 정말 미안하네. 디지털로 다 돌리자..)
사고 이유 : 교정 교열을 허술하게 봄
해결책 : 스티커를 붙인다. 재인쇄를 한다. (답없음)
1. 확인을 잘 하자
꼭 3번이상 확인하고 넘기자
2. 인쇄소와 커뮤니케이션을 긴밀하게 하자
미리 상담하고 인쇄 스케줄을 짜자. 배열표를 전달하자
3. 인쇄에 걸리는 시간을 넉넉하게 잡자
사고 났을 때 대처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