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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eon Feb 15. 2024

회사에서 사용자 중심적으로 디자인한다는 것은.

디자인학과 학생이었을 때 우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법을 학습했고 수려한 시각물을 내도록 훈련받았습니다. 그리고 멋진 디자인을 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회사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회사에 오니 내가 한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 회사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학생이 아니고 내가 속한 곳은 학교가 아닙니다. 나는 배우기 위해 돈을 내지 않고, 성과를 내기 위해 돈을 받습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에 속하고 그 이윤으로 보상받는 디자이너는 '사용자 중심적인 디자인을 한다는 것'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에 속한 디자이너인 우리가, 사용자 중심적으로 생각하여 좋은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입니다. 내가 속한 회사의 미션과 비전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적어도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면) 디자이너가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는데 기여한다는 것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디자이너인 나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용자 중심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회사가 생존하고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1990년대까지는 수요 대비 공급이 적었고, 하드웨어 기술과 거대 자본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이 경쟁력이었습니다. 이때 제품은 기능이 단순해서 사용 경험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사람들은 제품을 한번 구매하면 오래 사용했습니다. (냉장고, 라디오, 브라운관 TV 등)


2000년대 이후,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아지며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넘어갔고,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면서 기능이 복잡해져 사용 경험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특히 애플리케이션 형태 소프트웨어 프로덕트의 경우, 경쟁사 진입 장벽은 낮고 소비자 이탈은 매우 쉬워(앱을 쉽게 설치하거나 지움), 좋은 경험으로 소비자를 잡아두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다시 말해, 회사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비용뿐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에서, 회사 비즈니스 목표는 다음 과정을 통해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도달합니다.

1) 비즈니스 목표 - 2) 프로덕트 목표 - 3) 사용자 문제 - 4) 솔루션 가설 - 5) 인지부하를 낮추는 프로덕트


1) 사업담당자가 비즈니스 목표를 정의하면 (예: 매출 10% 증가)

2) PO가 이를 달성하기 위한 프로덕트 목표를 정의합니다. (예: 퍼널 전환율 1.5배)

3) UX리서처가 (없다면 PO,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프로덕트 목표와 관련하여 현재 사용자가 겪는 어려움을 발견하고

4) PO, UX리서처, 프로덕트 디자이너, 그리고 때로는 엔지니어도 함께, 사용자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가설을 세웁니다.

5) 이후 프로덕트 디자이너(혹은 UX/UI디자이너)가 솔루션 가설을 시각화합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목표를 쉽게 달성하도록, 정보 구조를 설계하고 시각 요소를 배열합니다.


따라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디자인할 때는, 어떤 비즈니스 목표로부터 이 task가 나에게 할당되었는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니어 디자이너일 때에는 그렇게 하기 어렵지만, 시니어 디자이너가 될수록 이전 단계까지 점차 할 수 있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2)단계까지 디자이너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1)단계에서 사업 담당자의 파트너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용자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술이나 비용 못지않게 비즈니스 목표 달성을 위해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비중은 회사 성장 단계나 재무적 성황에 따라 다릅니다. 기술투자에 비중을 둬야 할 때가 있고, 비용절감에 비중을 둬야 할 때가 있고, 사용자 경험 개선에 비중을 둬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앞으로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기회가 더 많아지고 기대도 더 커질 것입니다.

디자이너인 내가, 비즈니스 목표/ 재무적 상황에 따른 우선순위/ 회사가 지닌 리소스/ 사용자가 겪고 있는 문제 등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여 디자인했다면 회사에서 한 디자인이 내 기준에는 '시각적으로 아름답지 않거나' 혹은 '경험이 더 복잡해진 것 같더라도' 그 시점에는 잘 한 디자인 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프로덕트 디자이너에 대한 기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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