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련함

by Hsun
[오늘의 날씨] 비
[오늘의 기분] 아련함



똑. 똑. 똑. 또독.
툭. 툭. 툭. 투두두둑.

비는 창밖을 바라보게 만드는 조용한 수신호다.
물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흐르고,
세상이 잠시 멈춘 듯 고요해질 때,
마음도 그 흐름을 따라 조용히 가라앉는다.

빗소리는 안내자처럼 마음 깊은 곳까지 데려다주고,
나는 그 조용한 풍경 속에 오래도록 멍하니 앉아 있는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누군가는 우산을 펴고, 누군가는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나는 잠시, 출근길 버스 창가에 시선을 멈춘다.

밤새 물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
희미하게 번지는 자동차 불빛,
비에 젖은 거리의 색채는
그 어떤 그림보다 마음을 진정시킨다.


비가 내리면,
세상은 여전히 분주하지만
나의 감정은 조금 느려지고,
마치 마음에 필터를 적용한 것처럼
익숙한 풍경도 조금 새롭게 다가온다.

차분하고, 조용하고,
조금은 멍해지는 순간.

그건 어쩌면,
오래전부터 마음에 남아 있던 비의 낭만이
다시 떠오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그 안에서 나는 또,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