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멍함

by Hsun
[오늘의 날씨] 맑음, 때때로 흐리거나 비
[오늘의 기분] 멍함


하늘은 파랗게 펼쳐졌지만,

멀리 보이는 고층 빌딩은 희미하게 번졌다.
오늘 마음도 그랬다.

몸은 출근했지만,
마음은 아직 내 방 침대에 있는 것 같았다.

출근길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봤다.
사람들은 움직였고,
버스는 오늘따라 막히지 않았다.
타자마자 출입구가 있는 앞자리에 앉았고,
큰 창으로 보이는 여유로운 도로 덕분에 멀미도 없었다.

그 모든 풍경이 스쳐갔다.
그런데 내 마음은 길을 잃은 것 같았다.

아침부터 타이밍은 잘 맞았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은 더 가라앉고,
조금 더 멍했다.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딱히 피곤하지도 않은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무기력한 것도, 우울한 것도 아닌데
모든 게 귀찮고, 무엇도 선명하지 않다.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반사적으로 웃고 있지만
내가 정말 웃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오늘은 이상하게 마음이 어디에도 닿지 않는다.


그냥, 멍하다.

그 멍함 안엔
지끈함도, 답답함도,
무기력도, 귀찮음도
조금씩 섞여 있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그런 날이다.

오늘 나는
특별하지 않은 이유들로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다.
뻔한 일과 속에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자꾸 시간을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먼지가 내려앉듯
감정도 천천히 가라앉았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고 어디선가 알림음이 울린다.
나는 그 모든 흐름 바깥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창한 날,

멈춰 선 이 순간도 내 하루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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