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 장마, 폭우
[오늘의 기분] 몰입
누구나 그렇듯,
살다 보면 더 집중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어떤 일은 대충 해도 일정 수준 이상 잘되고,
어떤 일은 최대치를 끌어올려도 풀리지 않는다.
나는 후자에 매달리는 편이다.
평소 잘하는 일만 하고 싶어 하는 나는
못하는 일 앞에서는 유난히 예민해지고,
그러다 결국 나를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장맛비가 끝없이 내리던 날,
아침 일찍 출근해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마감은 내일.
밤을 새워도 끝낼 수 없을 것 같은 분량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폭우 속,
우산을 쓰고 헤매는 기분이었다.
주말까지 반납하고 달렸건만,
결국 돌아온 건 전면 재수정.
몰아치고, 쏟아붓고,
집중력을 끝까지 끌어올린 끝에 남은 건
좌절감, 허탈감, 고립감이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한결 평온하다.
평화롭고 고요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은근히 또 몰아쳐야 할 일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몰아쳤던 순간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던 걸까.
장마가 지나간 자리에 물자국이 남듯,
내 안에도 몰입의 흔적이 남았다.
폭우처럼 몰아치던 나날이 반년이나 지나서야 알았다.
그 끝에서 나는 조금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