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살 만하다

by Hsun
[오늘의 날씨] 부분적으로 맑음
[오늘의 기분] 살 만하다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다.
기온은 분명 어제와 비슷한데,
몸도 마음도 훨씬 덜 지친다.

입추 하루 뒤라 그런지 공기에 텁텁함이 사라졌다.
이 한 끗 차이가 마음 전체를 환기시킨다.

숨을 들이쉬는데 목이 답답하지 않고,
햇볕이 아니라 햇살처럼 느껴지는 순간.

지난밤에는 에어컨을 끄고도 까무룩 잠이 들었다.
선풍기를 끄고, 창문을 열어두어도 괜찮은 밤은 오랜만이다.

아침 습도가 낮아지자 마음속 눅눅함도 조금 덜어졌다.
물리적인 수치 하나가 감정까지 움직이는 게
참 신기하다.


밖을 걸을 때,
햇살이 너무 강하지 않아
자꾸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게 된다.
구름은 엷고, 하늘은 흐리다가도 열렸다.

그 조각난 구름들 사이로 가끔 빛이 흐르고,
그 빛에 마음을 잠시 담아본다.

그럴 때면 문득, ‘이 정도면 괜찮지’ 싶은 마음이 든다.
의식하지 않아도 피어오르는 안도감.
자연스레 모든 일이 잘 될 것 같은 날.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무겁지 않은 날.


사람이 먼저 감각으로 계절을 느끼듯,
감정도 그 흐름을 따라 서서히 움직인다.
특별한 사건 없이도
어딘가에서부터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는 걸 안다.


오늘은
덜 예민하고,
덜 지치고,
덜 불편한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

무언가에 반응하느라 소모되지 않고,
날씨에 휘둘리지 않고,
내 기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날.

그게 얼마나 드문지 알기에 이런 하루가 더 소중하다.

살 만하다는 말은 어쩌면 오늘 같은 날을 위해 있는 말이다.
말끝마다 붙이던 그럭저럭이라는 단어 대신,
조용히 속으로 건네는 말이 아닐까?

공기의 결이 달라진 날,
마음도 가벼워졌다.

오늘은
숨이 쉬어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