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불안

by Hsun
[오늘의 날씨] 비
[오늘의 기분] 불안


열흘 전만 해도, 살 만하다고 썼다.
그런데 그 말이 무색하게,

오늘은 창밖이 다시 불안을 부른다.


입추와 말복이 지나고도 더위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그 위로 내리는 비는 여름을 식히지는 못했지만,
더위 위에 얇은 막을 씌워 숨을 고르게 한다.
그 얇은 숨결 속에는
퇴근길을 떠올리게 하는 불안도 숨어 있다.


창밖의 빗줄기가 세차게 떨어질 때마다

책상 위 휴대폰이 진동한다.
재난문자가 연이어 도착하고,

저지대 침수와 하천 통제 소식이 최신 뉴스 기사를 뒤덮는다.
아스팔트 틈에 고인 물웅덩이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빗물은 땅으로 흩어지지만 불안은 거꾸로 위로 쌓여만 간다.


요즘의 비는 경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
창가에 서면 차분해지는데,

뉴스 속에서는 경고와 주의보가 쉼 없이 울린다.
잦아진 폭우와 집중호우는 퇴근길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지하철역 계단 아래 고인 물부터 먼저 살피게 만든다.


오늘 빗소리는 재난문자가 누르는 초인종처럼 들려왔다.
나는 창밖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좋아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이 비는 나를 멈추게 하고, 계속 살피게 만든다.
창밖과 화면, 발아래와 머릿속.
불안은 물처럼 스며드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