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유예

by Hsun
[오늘의 날씨] 최저기온 0도
[오늘의 기분] 유예


퇴근길 자동문이 열릴 때마다 겨울이 얼굴을 스친다.
앱에는 ‘0℃’라고만 찍혀 있지만, 차가운 공기가 할퀴고 지나간다.

잔뜩 웅크리고 버스정류장에서 휴대폰을 켰다.
필라테스 앱에는 ‘예약하기’ 버튼이 반짝인다.
누르면 나는 이 추위를 뚫고 운동하러 가는 사람이 되고,
지나치면 그냥 집으로 곧장 돌아가는 사람이 된다.
물리적인 버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스레 손가락이 버튼 위에서 잠시 머문다.

결국 나는 예약을 하지 않았다.
버스 창밖에는 0도의 서늘한 밤공기가
창 안에는 간신히 오늘을 견뎌낸 내가 있다.
오늘은 운동 가는 대신
여기까지 잘 왔다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 주기로 했다.

오늘처럼 몸도 마음도 추운 날,
나를 쉬게 해 준 사람도
결국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