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변두리에서 길을 찾다 5

고등학생 때 매력을 느꼈던 친구

by 숲별바람

가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한 친구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이 H다.

고2 때 동급생이었는데 보이시한 느낌을 주는 친구였다.

그 친구는 가수 이상은 씨와 심신 씨가 데뷔하던 때 이미지와 비슷했다. (그러고 보니 두 가수 모두 좋아했음)

쇼트커트를 하고 키도 크고 미소년 느낌을 주었다.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고 학교에 오면(교복자율화 시대였음) '역시 멋있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을 느꼈다. (진지하게 내 성정체성을 의심했음)


나는 학창 시절 소녀 스타일의 친구보다 H처럼 소년 느낌을 주는 친구에게 끌리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H는 그 당시 내 취향에 딱 맞는 친구였다.

게다가 공부도 잘했다. 자습시간에 수학 정석 문제를 물어보면 풀어주는 스타일.....




나는 그 친구가 했던 말 중에 인상적인 게 있다.

학생이 공부 말고 할 게 뭐가 있느냐, 밤새워 공부하고 창밖을 볼 때 동이 트는 모습을 보면 그리 행복하고 가슴이 벅찰 수 없다고....

일반적인 학생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해서 반 친구들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공부를 정말 즐기며 하는 친구였던 듯하다.


수학여행도 안 갔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수학여행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 자발적으로 안 간 듯했다.

절친은 없었지만 공부 잘하고 인물도 괜찮고 리더십도 있어서 반친구들 대부분이 호의적으로 대했다.


짐작하면 자취를 했던 듯하고 부모님이 서울 명문대 아니면 진학할 필요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이야기했던 기억도 난다.

졸업식 때 대표들 중 한 명으로 단상에 올라간 거 보면 부모님 기대에 부응하는 대학에 진학한 거라 생각한다.




친구들과의 추억보다는 자신의 목표인 공부에만 매진했던 뚝심 있던 친구....

연구원으로 일하면 딱이었는데 문과였으니 그쪽으로는 안 갔겠고 지금 뭐라도 한자리하고 있을 것 같은 H.

추억은 가끔 향수보다 더 강렬하게 나를 자극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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