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먹고 싶고 맛이 궁금했던 동화 속 음식

by 숲별바람

예전에 동화를 읽으면서 음식을 먹는 내용이 나오면 그 음식의 맛이 궁금하고 먹고 싶을 때가 있었다.

어린 시절이라 맛을 아는 음식이 얼마 되지 않았고 대개 서양 음식이라 그 맛을 상상에만 맡겨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나는 동화들을 몇 가지 추려보면 우선 <알프스의 소녀>에 나왔던 하얀 빵과 양젖이다.

하이디가 알프스산에서 살 때 괴팍한 할아버지가 하이디에게 양젖에 치즈와 빵을 식사로 내왔다.

양젖의 맛이 어떤 맛일까 생각하며 먹고 싶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어 양유를 먹으니 기대에 못 미쳐 실망했다. 우유에 익숙해진 입맛이어선지 양유 특유의 맛이 내게는 좀 이질적이었다.


하우프 동화 중 <난쟁이코>에서는 군주파이라는 음식이 나온다.

마법에 걸려 난쟁이가 된 야콥이라는 소년이 요리솜씨가 뛰어나 군주의 요리사가 되었을 때 이웃에서 놀러 온 군주가 요청한 요리다.

군주파이는 재채기 향초가 들어가야 진짜 군주파이라고 한다. 군주파이는 파이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있으니 얼마나 맛있을까 상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진짜 신기했던 <꼬마 검둥이 삼보>에 나오는 호랑이버터다.

호랑이들이 삼보가 갖고 있던 옷과 양산 등을 서로 가지려다가 야자수 아래에서 서로 꼬리를 잡으면서 빙글빙글 돌다가 뜨거운 햇볕에 녹아서 도넛 모양의 버터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 호랑이버터를 삼보가 집으로 갖고 가서 핫케이크를 만들어 먹어서 건강해졌다고 하는데 상상력이 기발했고 그럴듯했다.


<소공녀>에서는 세라가 아빠의 다이아몬드광산이 망하자 학원 학생에서 하녀로 추락한 뒤 절실하게 먹고 싶어 했던 음식들이 나온다.

교장이 인색해서 세라를 부려먹기만 하고 먹을 것을 제대로 안 주어 거의 굶주리며 지내던 중 친구인 아멘가드가 생일선물로 받은 음식들을 세라가 지내는 다락방으로 가져와 만찬을 하려 했다. 바로 그 순간 교장이 그 사실을 알고는 쫓아와서 망쳐놓았다.

그때 아멘가드가 가져왔던 음식은 빵에 케이크에 파이, 주스 등이었는데 입도 대지 못하고 교장에게 야단맞을 때 동화를 읽으면서 나도 세라와 베키가 그 음식들을 못 먹는 게 아깝고 안타까웠다.


<소공녀>에는 세라가 굶주리는 날이 많아서 먹는 것에 대한 묘사도 많았던 기억이 난다.

비 오는 날 길에서 돈을 주워서 빵 여섯 개를 샀지만 자기보다 더 굶은 거지소녀를 보고 다섯 개나 준다거나, 아빠의 친구가 세라를 처음에 다락방에 사는 하녀로 생각하고 은혜를 베풀 때도 따뜻한 옷과 침구와 함께 맛난 음식들을 제공한다.

그 내용을 읽으면서 나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가난하고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한 개의 빵과 따뜻한 옷 한 벌은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동화에 나온 음식들이 기억나는 것은 음식에 대한 묘사도 실감 나지만 주인공들의 어려움이 극에 달할 때나 위기를 극복하는 역할이나 반전을 보여줄 때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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