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변두리에서 길을 찾다 2

책에서 길을 찾았다

by 숲별바람

마당도 없었다.

장난감 같은 놀거리도 없었다.

학원도 다니지 않았다.

공휴일이나 어린이날에 놀러 가는 일도 없었다.

생각하면 참 재미없고 답답한 나날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아이들 교육에 그다지 관심이 없으신 편이었다.

먹고살기 바빠서도 그랬겠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서도 그랬겠지만,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 돈을 쓴다는 개념 자체가 없으셨던 듯했다.

그저 의식주 해결하고 학교만 보내면 된다는 마인드로 살아가신 분들이었다.




그래도 나는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아냈다.

다행히 집에 책이 많았다.

아버지가 중고도서와 관련된 일을 하셨기 때문에 집에는 다양한 재고서적이 널려 있었다.

한창 인기 있었던 소년잡지들, <소년중앙> <어깨동무> <새소년> 등의 과월호가 있었고 계몽사나 계림문고 등 아동도서 전집도 있었다.

책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상식을 쌓고 꿈을 키워나갔다.

소년잡지들은 만화도 재미있었지만 동화나 역사소설, 전문가와의 상담교실 등 읽을거리가 많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

중고등학생들 대상의 <여학생>이나 <학생중앙>도 읽었다.

주로 만화를 보았지만 만화를 통해 중고등학생의 생활도 엿볼 수 있었다. <노미호와 주리혜> <돌석이> 같은 만화가 기억난다.

계몽사 세계문학전집 50권은 왜 그리도 찬란해 보이는지...

각 나라의 민담이 담긴 주황색 책표지는 지금도 생생하다.

계림문고는 국민학생이 읽기에는 글밥도 많고 삽화도 적은 편이라 쉽게 손에 들기는 어렵지만 거의 원작에 가깝게 내용이 상세했다. 간단하게 내용을 엮은 세계명작과는 달랐다.

책이 많은 환경에서 성장한 게 그나마 다행이고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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