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군 Dec 13. 2021

가끔은 정말 심하게 멘탈이 흔들린다

뒤늦은 후회

 평일 아침은 조용한 전쟁터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회사에 출근할 준비를 하면서 홍시 어린이집에 보낼 준비를 하다 보면 내가 뭘 했는지 기억도 안 날 때가 많다. 홍시 아침을 차리고, 양치질하는 걸 도와주고, 옷 입는 걸 도와주면서 동시에 나도 아침밥을 챙겨 먹고, 씻고 나와서 옷을 입고, 짐을 꾸리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이런 부산스러운 아침일지라도 홍시가 웃으며 침대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마냥 행복하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아침을 먹던 홍시가 실수로 유리컵을 식탁에서 떨어트렸다. 일단 홍시가 놀란 것 같아서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유리파편이 없는 곳으로 옮겼다. 아직 밥을 먹던 중이었어서 조심스레 홍시를 식탁에서 먼 곳으로 옮긴 다음, 홍시 책상과 의자에서 다시 밥을 먹을 수 있게 준비해줬다. 홍시는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고 나는 깨진 유리파편을 주워 담고,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했다. 행여나 유리조각에 다치면 안 되니 몇 번씩 확인하며 닦아 냈다. 시계를 보니 집에서 나서야 할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거의 다 치운 것 같았다.



식탁 아래 깨진 유리컵을 쓸고 닦고 해서 다 끝났다 싶었는데, 그때 저쪽에서 다시 "쨍그랑" 소리가 들려왔다. 급하게 치우느라 땀벅벅이 돼서 바닥을 닦던 나는 홍시를 쳐다보며 말했다. 



"하... 홍시야.... 왜 그랬어....."



 화를 낸 건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짜증이 섞인 말투로 이야기했다. 홍시가 다쳤는지 확인을 먼저 하지도 않고, 유리컵이 또 깨졌다는 사실에 정말 반사적으로 홍시한테 힘 빠진 목소리로 말해 버렸다. 그리고는 후다닥 홍시한테 달려가서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고 안아주며 괜찮다고 말해줬다. 그러니 홍시가 나를 안아주며 이야기했다.



"아빠.... 아....... 화났어....?"

"아니야 홍시야 아빠 화 안 났어. 힘들어서 그랬었어 미안해."



 내 목소리 때문이었는지 홍시가 주눅 들어가며 나한테 화가 났냐고 묻는데, 그냥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뭔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아침마다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하는 건가 싶었다. 생각해보면 아침에 바쁜 것도 돈 벌어서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려고 그런 건데 지금 이게 그 행복인 건가 싶기도 했다. 갑자기 이런 쓸데없는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리에 스치면서 멘털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아침을 보내고 나서, 홍시는 어린이집에 나는 회사로 출근을 하는데 그제야 좀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정신을 좀 차리고 나니 계속 후회에 후회가 쌓였다. 홍시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실수로 그런 건데 왜 좀 더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했을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몇 번을 다짐했는지 모르겠다. 



 진짜 '아빠'가 되는 길은 어려운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 모든 게 궁금해지고 있는 4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