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40대 여행
지난주 금요일, 건강검진을 위해서 정말 오랜만에 회사에 연차를 쓰고 휴식을 가졌다.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끝내고 저녁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서점으로 들어섰다. 이제 곧 해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의미 있는 책을 한 권 사고 싶었던 것 같다. 매번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자기 계발, 경제경영 책이 아닌 그냥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읽고 싶은 책을 찾고 싶었다.
서점을 여유 있게 구석구석 둘러보다가 눈길을 끄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라는 책이었는데, 이 책을 보자마자 내 마흔 살부터의 여행은 어떻게 되는 걸까 라는 생각에 고민 없이 서가에서 집어 들었다.
이제 정말 마흔이라는 숫자가 며칠 안 남았다. 예전에 서른이라는 나이를 마주할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10년 전 29살의 나는, 서른을 맞이해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서른을 축하했던 것 같다. 당시에 서른이라는 나이는 진짜 '성인'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친구들 모두 학생의 신분이 아닌 회사원으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시점이었고, 내가 직접 돈을 벌어서 밥벌이를 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즐겁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마흔을 앞둔 이번 12월은 뭔가 다른 느낌이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다. 나의 30대는 어떻게 지내왔었는지 돌이켜 보기도 하고, 또 앞으로 다가올 나의 40대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매일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매일 고민하는 이유는 아마도 30대에 많은 일들이 있어서였던 것 같다. 대학 졸업, 취업, 결혼, 육아, 블로그, 청약, 재테크... 돌이켜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굵직했던 10년이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10대와 20대는 꿈을 좇아 책상에서 앉아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면, 나의 30대는 꿈보다는 현실 속에서 보이지 않는 다음 골목을 향해서 매 순간 도전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곧 다가올 나의 40대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 내가 어떤 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리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여태까지는 하고 싶은 게 생각나면 일단 고민하지 않고 부딪혀 보는 게 내 성격이었다. 그러다 보니 무작정 시작한 것들 중에서는 중도포기를 하거나 실패한 것도 많았고, 반대로 나름의 성공 궤도에 올라온 것들도 있었다. 일단 부딪혀보면서 다양한 경험을 얻었다는 사실에 만족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 것 같다.
그래서 요새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내 인생의 40대 여행은, 다양한 분야의 일에 도전하기보다는 한 가지의 일관된 목표를 향해 달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커다란 목표가 어떤 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분명 내 40대도 신나는 여정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