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건 무엇일까
며칠 전,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 하나가 마음을 붙잡았다. 독일의 유명 과학 채널인 쿠르츠게작트(Kurzgesagt)에서 만든 콘텐츠였고, 제목은 충격적이었다. “South Korea is over.” 처음엔 외국에서 우리나라 이야기를 다뤘다는 호기심 반, 그런 표현을 썼다는 불쾌함 반으로 영상을 클릭했다. 그런데 영상이 끝나고 나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영상은 “한국이 지금 녹아내리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무너지는 것도, 깨지는 것도 아니라 ‘녹고 있다’는 표현. 대한민국 출산율 0.72, 서울 출산율 0.55. 숫자만 보면 이미 많이 들어본 이야기라 얼마나 심각한지 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숫자들이 영상 속 시각적 이미지와 함께 다가올 때, 처음으로 이게 그냥 뉴스가 아니라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자라고, 그 아이가 또 아이를 낳을 즈음이면, 이 나라는 텅 비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나라는 현재 0~4세 인구보다 80대 인구가 더 많다. 그리고 2060년이 되면 평균 나이는 61세, 국민 절반이 65세 이상이 될 거란다. 아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이면 정말 혼자, 거대한 고령사회 한가운데에서 버텨야 할지도 모른다.
영상을 본 후, 출산율 관련 뉴스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출산율 0.72, 인구 3천만, 65세 이상 인구 절반… 그런 숫자들이 이제는 더 이상 통계가 아니라 현실로 느껴졌다. 이제껏 그 미래가 어떤 사회인지 제대로 그려본 적이 없었다. 아이가 아무리 잘 자라도, 이 사회가 함께 건강하지 않으면 그 노력은 공중에 흩어질 수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출산율이 다시 올라갈까. 각종 수당을 늘리고 제도를 만든다고 해서 정말 달라질까. 다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돈, 집, 시간 때문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엔 그 아래엔 더 깊은 불안이 하나 있는 것 같다. ‘남들과 똑같이 키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압박’. 아이를 낳는 건 자유지만, 키우는 건 비교와 경쟁의 연속이라는 두려움. 그게 결국 마음을 닫게 만드는 건 아닐까.
어떤 집은 자연과 함께
어떤 집은 책과 함께
어떤 집은 느긋하게
어떤 집은 남들보다 빠르게
중요한 건 ‘남들처럼’이 아니라 ‘우리답게’이다. 우리 가족이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자연스럽고 오래가는 일이라는 걸, 요즘 들어 더 절실히 느낀다.
아이가 즐겁게 자라고, 우리가 함께 웃는 시간이 쌓이는 것. 그게 이 아이 인생의 가장 단단한 기초가 되어준다는 걸 믿는다. 시험 점수보다, 선행학습보다, 이 집에서 안전하게 사랑받았던 기억이 아이에게 더 중요한 힘이 된다는 걸.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는 가족들이 더 당당해지면, 언젠가는 이 사회 전체가 아이를 키우는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될 거라 믿는다. 그 변화는 작지만, 진짜 출산율을 바꿀 수 있는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