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캐나다 개발자 5년 차의 관점
어느덧 북미에서 개발자로 5년 차가 되었다. 캐나다에서 3년, 미국에서 두 번째 해를 맞이하다니, 세월이 너무 빠르다.
1. 커리어 전환에 나이를 걱정하지 말 것
2018년, 25살의 나는 (그 당시 한국나이론 27살)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3년 한 사회초년생이었는데, 왜 그렇게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게 너무 늦은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한국은 나이가 취업에 영향을 많이 미치다 보니, 재수를 했던 나는 한 학기도 쉬지 않고 칼졸업을 했다. 남들보다 나이가 조금 많게 사회에 나가는 게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 마냥, 조급해했었다. 북미는 나이를 묻는 일도 없는데도 혼자 조금은 의식하는 게 나는
역시 한국인 피를 못 속인다. 이렇게 보면 만 나이 도입이 인생의 시계를 2년 돌려준 기분이다.
막상 회사에 다니니, 나 같은 사람이 태반이다. 군대에 있다 나온 사람, 약사를 하다 엔지니어가 된 사람, 박사학위까지 따고 개발자가 된 사람, 변호사에서 개발자로 커리어를 전환한 사람, 나처럼 비즈니스를 전공하고 비즈니스 사무직에 있다 온 사람 등등.. 물론 전공을 처음부터 컴퓨터 사이언스를 하고 바로 졸업하고 탄탄한 성공대로를 걷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내 길이 안 탄탄한 것도 아니다. 나름 사회생활의 풍파를 겪은 짬(?)으로 고민보단 실행, 조용히 있기보단 용기 있게 나대보는 철판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경험은 어디 가지 않는다. 전부 나의 자산이다.
2. 커리어를 바꾼다고 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여전히 가기 싫은 곳이다.
개발자가 되면 직업만족도가 최상이 되고, 자유롭고 평등하며, 전문지식이 쑥쑥 쌓여 연봉이 부르는 값이 되고, 유능한 인재의 효능감을 느끼게 될 거라는 환상이 있었다. 특히 빅테크 회사에 가면, 진짜 그럴 것 같았다. 현실은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밤늦게까지 브런치 글을 쓰는 직장인 A 일 뿐! 물론 예전 직종에 비해 자유로운 출퇴근과 수평적인 문화, 전문적인 개발스킬이 쌓이는 것은 맞다. 내가 원했던 것만큼 좋은 대우와 대충 멀리서 보면 괜찮아 보이는 커리어 길을 것도 있지만, 매일매일 일 하는 것은 하기 싫고, 침대에 눕고 싶고, 휴가 쓰고 싶고 그런 거다. 그렇기에 커리어를 바꾸려고 한다면 내가 커리어 전환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분명히 하고, 그 이상을 바라진 말자. 나에겐 그것이 수평적 조직문화, 자유로운 출퇴근, 전문성이었다. 그 이상의 자아실현이라던지 삶의 의미 찾기 등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안고 가야 하는 문제들은 그대로 있고, 그게 당연한 것이다. 커리어 전환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북미에서 커리어 전환을 생각한다면 1. 절대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 것. 나이는 고려사항에서 아예 빼는 것을 추천한다 2. 내가 전환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명확히 적어볼 것을 추천한다. 대충 현실이 너무 힘들고 개발자가 좋아 보여서 라는 두루뭉술한 말 보다, 실제로 얻고 싶은 구체적인 점을 적어보고 커리어 전환의
필요성을 검토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