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고3 여름방학이었다.
당시 우리 집은 충무로, 대한극장 뒤쪽.
주위가 번화가라 조용한 독서실이 없어서
매일 전철을 타고 옥수동까지 갔다.
그곳에서 K형을 만났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고시를 준비 중이라는 형.
하지만 공부하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는 늘 휴게실에서 재수생들과 어울렸고
가끔은 총무 대신 카운터를 봐주기도 했다.
어딘가 이상한 형이었다.
초월한 듯했고,
걱정이 없었고,
그런데도 왠지 멋있었다.
그는 가끔 동생들을 데리고 나가
술을 사줬다.
한 번은 옥수동 허름한 중국집에서
양장피와 빼갈을 앞에 두고
K형이 말했다.
“계속하다 보면 언젠간 되겠지.
반복은 사람을 강하게 만드니까.”
빼갈 탓이었을까.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깊이 박혔다.
그 후로,
촬영,
편집,
운동,
육아,
요리,
마계촌,
그밖에 모든 일상들-
도저히 못 해낼 것 같은 순간마다
난 그 말을 떠올렸다.
-반복. 반복. 계속 반복.
그러다 보면
익숙해지고,
괜찮아지고,
결국엔
그럴듯해졌다.
이제 K형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도 내 이름을 잊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사람이
당신의 삶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