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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hyo Nov 22. 2021

스물아홉, 영어공부에 1만 시간을 투자하다.

여행과 언어에 대한 이야기


길을 걸었다. 어쩌면 너무나 익숙한, 어쩌면 새로울지도 모르는 그런 길을 걸었다. 평소와 다름없었다. 딴생각을 해도 내가 걷는 법을 잊지 않듯이, 이렇게 매일 하는 반복되는 행위는 내가 마치 자연스레 얻은 것처럼 탈바꿈되어있었다. 길을 걸을 때 나의 육체는, 당황하지 않고, 겁을 먹지 않았다. 매번 걷고, 매일, 매 순간 계속 해온 행위이기에, 몸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익숙해했고, 심지어는 딴생각의 여유까지도 허락하였다.  

 


그날도 평소와 똑같이 길을 걸었다. 가끔씩은 딴생각을, 또 가끔씩은 주변을 관찰한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카페 한편에 보이던 책 한 권이 있었다.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정지우 작가님




마침 여행에 대한 갈망이 있던 나에게, 시선을 주기에는 충분한 제목이었고, 곧바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프롤로그를 펼치고서, 한 두장을 읽다가 결국은 구매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날 바로 yes24를 통해서 책을 구매했다. 그 후 이 책은 나의 여행이 끝나기 전까지 책장 한편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오랜 시간 머물러 있었다.  



그것이 시작이었을까?  나의 여행과 나의 언어 공부이야기에 대한 여정 말이다.



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 중 하나인 자크 라캉의 욕망 이론, 이것이 나의 지난 5년 동안의 여정의 모든 것을 설명해줄 수 있는 압축된 단어이다.



라캉에 따르면 인간의 욕망에는 상상계와 상징계 그리고 실재계로 나뉘어있으며 각각의 계들은 나라는 주체가 대상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을 뜻한다. 상상계가 이미지에 대한 세상이라면 상징계는 이미 구성된 생각인 언어의 세계이다. 작가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깊은 통찰을 이야기하였고, 실존하는 주체의 욕망은 또 다른 욕망을 낳고, 끝내 채워질 수 없는 결핍을 남긴 다고 하였다.



결국 여행 이후에도 또 다른 여행을 꿈꾸고, 하나의 언어를 배우고서 또 다른 언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에서 기인한 것이며, 이것은 실재 주체가 죽을 때까지 계속적으로 반복된다고 한다.   



 또한, 책의 작가는 굉장히 인문학적으로 여행욕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맺었다. 여행 역시 어떻게 여행하는지 그 시작과 끝을 어떻게 맺고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늘 물질적인 공간에서 자리를 잡고 있듯이, 머릿속 공간에서도 자리를 잡고 있다. 추상적인 관념 속에 자아 정체성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간다. 나의 신분 혹은 위치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 직업, 가족관계, 경제적 계층, 회사에서의 위치, 인간관계 속에서의 나, 미래의 현실적 안정 등 모든 상상의 것들’ 이 나의 추상적 정체성을 형성한다.


내가 어디 있느냐는 질문은 그런 추상적 정체성이 의식 속에서 사라졌을 때 생겨난다. 동시에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진다. 내 삶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아왔는지, 나는 무엇으로 정의될 수 있는지 물음을 던진다.” -96page-



생각해보니 여행지에서 당신을 학생이라, 백수라, 사업가라고 불러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았다. 나를 정의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서 그저 새로운 세계의 이방인이자 거리의 여행자가 될 뿐이었다. 그런 이유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열망하고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 준비 , 수백 장의 예약서를 프린트하고 정리하고 메모해두었다. 2018년 3월부터 8월까지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 시작된 언어에 대한 욕망을 풀기 위해 나는 영어를 배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떤 식으로 배워야 하는지, 어떻게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지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그리고 무작정 인터넷에 ‘통번역대학원’이라고 검색만 하였다.


이곳에서 입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정말 영어를 잘할 것이라는 무의식적이 잠재하였는지, 관련 학원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서 내 수준에서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있는지를 찾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종로의 한 학원을 통해서 상담을 받아, 반배치 고사를 보게 되고 가장 낮은 반으로 반배치 고사를 받았다.





내가 들을 수 있는 수업은 SF( 가장 기초반 수업이다)


학원 커리큘럼 과정 SF(왕기초) - SO( 기초지만 기초가 아닌) - MO( 뉴스를 다루는 formal 한 지문들을 다루는 수업) - TO (통 대입 시반)


그렇게 36개의 수업을 지난 3년간 2018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수업을 듣게 되었다. 2018년에 12월 그리고 2019년에 1월 두 달을 제외하고서는 꾸준하게 수업을 듣고, 학원을 다녔다.




수강기록


수강기록




학원 수업을 듣고서 1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토익시험을 봤다. 690점 (2019년 10월 13일 ) 이 점수가 내가 통번역 입시를 준비하기 직전의 객관적인 영어실력이다. 당시에 고민이 많았지만, 욕망 이론 때문인지 인생에서 한 번쯤은 해결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2019년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하루 10시간 정도 너무 무리하지도 완전 안 하지도 않았다.

2019년에 대략 3000천 시간, 그리고 2020년에도 3000천 시간 그리고 올해는 조금 더 공부량을 늘리게 되었다.

대략 4000천 시간을 넘는 것을 목표로 공부를 하였다. 나는 그렇게 1만 시간을 향해 가고 있었다.




공부기록들


힘든 시간도 많았고 답도 안 나오는 상황들이 많았다. 정말 멈추고 싶었고,  정말 그랬다.





작년의 입시를 망치고서 다시 공부를 하기로 했다. 지난 2년정도 6000시간을 공부하고서 1월부터 조금씩 영어가 들렸다. 그리고 올해 2021년 1월부터 다시 시작된 공부, 평균적으로 13~14시간을 공부했다.  조금 컨디션이 좋으면 15시간 정도를 했고, 힘들면 10시간에서 멈추었다.


가장 오래 한 공부시간은 17시간이 조금 넘었다.






중간중간 카페를 가기도 했고, 단어공부, 리스닝, 리딩, 암기 등등 여러가지를 했다. 내가 이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은 공부의 목표 달성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과 성실도 라는 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성실도는 정말 잘 지켰다. 하지만 방향에 대한 설계는 조금 더 나에게 맞고 꼼꼼히 했어야 했던 점들이 분명 있다.







그렇게 독서실을 다니면서 혼자 공부했다. 통번역을 혼자 공부하는 것은 아웃풋을 내는 측면에서 맞지 않아서 후반으로 갈수록 소리 내는 연습을 많이 했다.

독서실에 가장 먼저 왔고, 가장 늦게 가려고 했다.



아무도 없는 독서실 복도


밤 12시에 나와서 거리르 사진으로 찍어보았다. 오늘 하루 잘 보냈다. 수고했다. 나에게 한마디 하고서 열심히 걸었다.



밤 12시의 거리



공부라는 것이 실력이 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주 조금씩 온도가 올라가고 있을거라는 점이다. 물도 99’C 까지는 미동이 없듯이 임계점까지 가는데 티가 덜 날뿐, 계속 온도가 오르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매번 이렇게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나도 쿨하게 공부하고 싶었다. 한번에 알아듣고 싶었고, 수업시간에 웃고 싶었다. 단 한번도 수업시간에 맘편했던 적이, 수업이 많이 한 발표수업이 단 한번도 익숙한 적이 없었다. 그래도 그냥 여정을 계속했다.





스터디 카페에서의 공부 기록들




공부가 단 한 번도 쉽다고 여긴 적 없었다. 늘 파도처럼 나를 힘들게 했고, 나아가지 못한 적도 여러 번 있다.


하지만 정말 나를 힘들게 한것은, 공부도 아니고 주변 환경도 아니었다. 그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이 공부를 계속 하라고 하지 않았고, 나의 선택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었다.

우리는 경계선에서 흔들리는 청춘이다.  

답도 없는 상황에서 길을 걸어 가야한다.  

내 길이 맞을까? 를 항상 자문 해야 하는 주체다.


시험지의 내용에 대답을 해야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나 자신의 질문에 스스로가 답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생각의 전환



근데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고, 계속 나아가기로 했으니 그냥 너무 힘들면 그냥 이런 생각도 했다. 내가 대나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실험용 생쥐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만약 실험용 생쥐였다면 지금 쳇바퀴를 이유도 없이 엄청 뛰거나, 갑자기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서 정신이상 증세가 보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냥 인간이어서 다행이다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다. 다시 감사해졌다.




17시간 공부기록



그렇게 시간들은 흘렀고, 3월 4월을 넘어서 여름을 지나서 가을이 다가왔다.






사연없는 사람은 없다


올해는 2월부터 할아버지가 암투병을 하셨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계셨고, 나도 간병인이 부족해지면, 할아버지 옆에 가서 잠을 자거나 보호자 역할을 했다. 주말에도 매주 갔었고, 공부할 것을 들고서 병원에 간 적도 여러 번 있다. 할아버지는 폐암 4기로 진단을 받으셨는데, 2월부터 9월까지 긴 시간 동안 항암치료를 하시면서 병마와 싸우고 계셨다. 할아버지가 암병동으로 다시 입원하셨을 때, 할아버지 맞은편에 있던 환자분 한 명이 있었다.


나이대는 나와 비슷한 20~30대로 추정되는 남자 환자분이었고, 의사는 조금 뒤에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호스피스 병동을 알아볼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 시한부 선고를 받았고 3개월 정도가 남았다고 들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삶의 교훈



결국은 모두가 죽지만, 이 삶에서의 여정을 끝내지만  죽음이라는 단어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아니 무섭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처럼 너무 힘들다가도 죽음이라는 단어는 어렵다. 아직 경험을 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고, 삶에 애정이 남아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할아버지가 내게 알려준 것이 하나 있다면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떠나가도, 아직까지 남은 우리의 삶은 소중하다는 것이다. 나의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삶의 여정을 마무리할 때, 그런 순간들이 드물게 혹은 자주 오더라고, 너무 과거에 갇혀 지내지 말 것 결국, 슬픔 속에 묻어있던 그날도 언젠가는 소중한 과거로 기억될 것이기 때문에 ‘현재’에 더 애정을 쏟으라는 사실이엇다. 그리고 그렇게 채워진 경험들의 조각들로 ‘우리’라는 존재가 완성될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길에서 여정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하나둘씩 시험을 보러 갔다.





저녁도 있었고, 낮도 있었다.




그리고 욕망 이론에 대한 나를 알기 위한 여정의 과정을 마무리할 수가 있었다. 자크 라캉의 말대로 하나의 욕망은 결국 다른 곳에서의 욕망을 낳기에 아마도 끊임없이 계속되겠지만, 이제는 이전보다 덜 힘들고, 좀 더 여유 있게 웃으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자신만의 여정을 떠나는 모든 분들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의문이 든다면 하고 있는게 맞을거예요. 힘들겠죠 엄청난 반복이고 회의감도 들거예요. 저도 겪어봤으니깐요.  근데 분명 처음시작할때의 마음이 있을 거예요. 환상일 수도 있었고, 동경의 대상이었을 수도 있죠.  그래서 처음에 자신이 시작한 것을 그만 두면  몇 달은 좋을 지 몰라요. 행복하겠죠. 근데 시간이 지나고나서 한 두달이 지나면 다시 처음하려던 마음이 스멀스멀 들거예요. 근데 그 때 다시 시작하려고 하면 갑자기 엄두가 안날수도 있고, 그 때 꾸준히 해온 친구들을 보면 무서운 느낌도 들거예요. 그리고 정말 그때는 다시 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그래서 다들 지금 있는 곳에서 힘을 내었으면 좋겠어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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