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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hyo Oct 14. 2021

“1년 정도 남았습니다”

당신이 이 말을 의사에게서 듣게 되면 어떨까?


그리고. . .


엑스레이에 암을 의심하게되는 형체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얼마 후에 의사가 암이라고 진단을.내리면 또 어떨까?


확실한지 ? 오진은 아닌지? 의사가 암이 확실하다고 이야기를 하면, 혹시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닌지 재차 다시 물어볼 것이고, 담당의의 오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다른 병원에 전화를 걸어서 진단을 다시 받으려 할 것이다. 의사에게서 들은 단 한마디의 말로 균형을 잡으며 그간 버텨왔던 인생 전체가 흔들리지 않을까? 남은 시간을 보게 될 것이다. 그동안 이 정도면 괜찮게 살았다고, 이제 이 삶을 떠나보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였지만, 막상 이 말을 듣게 되면, 조금 더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찾아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이 없을까? 역시 알아 볼 것이다.



다행히, 항암치료라는 방법으로 마지막 희망을 잡을 수가 있게 된다는 말을 들게되면, 표현하지는 못하였지만 내심 기쁘고,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항암치료는 엄청나게 큰 에너지를 요구하며, 환자의 몸이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 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정말 알고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것은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알지 못한다. 직접 겪어보는것은 그런 일이다.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해지지않는중요한 소통이다. 그렇게 3~4달 치료를 받고 나서 집으로 와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증을 느낄 때, 이것은 살아있는 것도 죽어있는 것도 아님을 느낄 것이다.


밥을 먹는 것도 힘들어지고, 점점 더 늘어나는 약의 개수를 볼 때면, 직감을 하면서도 부인할 것이다.  그렇게 몸의 이상이 오게 돼서, 화장실에서 쓰러지게 되고, 응급실에 실려서 병원에 다시 가게 되면 그때 돌아온 병원생활에서 삶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호스 한 개만 걸쳐있던 몸이, 이번에는 코, 양팔, 기관지 등 몸에 연결할 수 있는 통로는 전부다 호스로 연결되어 있음을 본 순간 느끼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중환자실을 나갈 수 없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 볼수 없을 것이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수없는 어른이자 아이가 될것이다. 어떤 사람을 보고서는 눈물을 흘릴 것이고, 어떤 사람을 보고서는 웃음을 지을 것이다. 누군가를 다시는 못 보게 된다는 생각에 참았던 눈물이 아이처럼 흐를 것이고, 더 이상 이제는 감정을 참지 않아도 되는, 참을 수 없는, 참는 것이 의미 없는 어른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병의 상태가 악화가 되면 나를 보호해주던 간병인이 가족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게 될 것이고, 줄곧 잡고 있던 정신줄도 희미해져 갈 것이다. 아프다는 것은, 혼자서 할수없는 것들이 무수히 많은 삶이라는것을 알게 될것이다. 갓난아기 때 찾던 기저귀를 다시금 성인이 되어서 사용하게 될 것이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른이 될 것이다.



이 정도면 오래 살았다고 괜찮다고 생각하며 지냈던 시간들의 말은, 어쩌면 자기 타협일 수도 있다. 암 진단을 받고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었지만, 아직 삶의 애정이 담겨 있기에 그 고통스러운 병마와 싸우면서 버티고 있는 것일 것이다.



의사가 최측근의 가족들을 전부 불러서 얼굴을 보게 해 준다면, 당신은 오늘 당신의 사랑하는 그 사람이 마지막 삶을 여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기 전 흘렸던 가장 큰 눈물은 고인이 지니고 있던 스스로의 삶의 역할이 다 끝나, 잘 되었고 그래서 이제 눈을 감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나를 보러 와줘서 고맙다는 말이자 그동안 고마웠고, 당신들을 이렇게 보게 되어서 행복하다는 말의 대변도 될것이다. 그래서 이제 정말 눈을 감아도 괜찮다는 뜻이 될 것이다.



좀 전까지는 숨을 쉬었는데, 몸의 온도도 아직 그대로인데, 의사로부터 사망선고를 듣게 된다. 어떨까?


안 믿겨서 어떤 말도 해보지만, 이제는 보내드려야할 시간이 온 것이다.



이것은 삶 속의 언어이자, 경험을 통해서만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다. 언어는 표면적으로 우리가 배우는 언어가 있지만 이런 삶 속의 언어들은 인생 안에서만 존재한다. 다양한 아픔 고통 들은 경험을 동반한 언어이며, 나는 이런 언어를 가진 아름다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내주변의 아름다운 사람들은 우연히 존재하지 않았다. 눈물과 혼돈, 결핍과 고통 그리고 트라우마가 동반한 가시밭길을 걷고서 환하게 핀 장미 같은 삶이다. 누군가의 장미를 보기전까지 그 사람이 지나왔던 가시들을 마주한다면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수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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