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3.09 ~ 08.13 158일간의 여행 종료
삶의 끝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듯이 여행에도 끝이 있었다. 사랑의 완성이 이별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무언가 맺음으로써 하나의 매듭이 지어진다고 생각하였다. 그것처럼 여행의 완성은 계속된 진행이 아니라 끝이 보이는 여정을 향해서 매 순간 꽉 찬 삶을 살며 달려가는 것이었다.
결국 오지 않을 것 같은 날들이 나에게 오게 되었고, 나는 그 안에서 지난 시간 동안의 여 행을 통해서 웃고 울던 순간들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인천공항이다.
숫자인지, 문자인지 확인할 필요 없는 익숙한 언어가 즐비했다.
무빙워크를 타고서 짐을 찾는데 웃음만 나온다. ‘한국만 가면, 인천에 도착만 하면’ 이러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상기시켰던 순간들이 있었다.
이제는 구글맵을 켜지 않아도 되는 길 위에 서있고, 더 이상 공항에서 시내 가는 법을 찾지 않아도 되며,
대중교통이 지하철인지, 트램인지, 2층 버스인지, 미니벤인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매일 하는 환율 계산부터, 매일 쓰는 가계부, 매번 확인해야 하는 콘센트 등
적응될만하면 1주일 단위로 바뀌는 물가에, 언어에 참 많이 어려웠던 순간들이 있었다.
이 여행이 끝나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를 많이 생각했다.
‘더 어른이 되었을까?
삶이 원하던 대답들을 얻었을까?
남는 건 사진뿐이 아니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라면서 스스로 조용히 생각한 시간이 있었다.
나의 여행 결정은 한순간의 의식적인 선택보다 지난 28년간 내가 마주한 무의식 세계 때문에 결정하게 되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떠했는지 한 줄 한 줄 그려보게 되었다.
도시가 주는 편리함과 안전을 벗어나서 여행자의 신분으로 세상을 마주하게 되니 나의 직업을 학생이라 적어도, 백수라 적어도, 직장인이라 적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세상의 길을 걸을 때 나는 그냥 단 하나의 방랑자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여행자의 신분에서 얻은 자유란, 완벽한 자유가 아니었다.
구속된 환경 속에서 매일 새롭게 선택하는 순간들이었고, 내가 이전까지 생각했던 자유의 의미가 달라짐을 알게 되는 것이 진정한 자유의 의미였다.
그렇게 158일 동안 돌아다녀보니 이번에는 내 자리, 내 공간, 내 고향, 서울의 안전망들을 그리워하게 되는 나를 보았다.
세상이 알고 싶어서, 한국 이외에 다른 곳 어딘가에 유토피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떠난 나였는데, 다시금 내가 원래 있던 자리를 욕망하게 되었다.
참 아이러니하다.
나의 모든 여행에서의 길이 과연 이전 사진처럼 웃기만 했던 순간들일까?
지독하게 힘들기도, 더는 여행이 하기 싫기도, 이제는 좀 편해지고 싶기도 했던 모든 순간들이 담겨있다.
반대로 모든 시간이 정지하기를, 눈물 날만큼 소중했던 추억들과 시간 , 풍경과 사람들 때문에 영원한 순간을 바랐던 날들도 많았다.
내가 느낀 바는..... 모든 감정들 자체는 원래 독립적이지 못하다.
어둠이 있어서 빛이 좋다는 것을 알았고, 불안이 있어서 안정이 주는 편안함도 느꼈다.
행복과 불행, 환희와 절망, 일어나고 주저앉기를 반복했던 여행이어서 온전한 하나의 감정들을 피부로 느끼면서 내가 살아보는 시간이었다.
158일 동안 22개국 55개의 도시를 다녀왔다.
24번의 비행과 40번의 버스 이동, 3번의 페리 , 10번의 기차까지 주마등이란 게 분명 있다.
나는 이제 내가 이 여행을 통해서 얻었던 것들을 바탕으로 다시 삶을 잘 꾸려갈 것이다.
예전보다 바뀐 것이 있다면 마음이 근사해지고, 웃음이 예뻐졌다.
오늘 또한 하나의 과거로 기억이 되겠지만, 주기적으로 꺼내보고 싶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장기 여행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적어도 한 줄 정도의 이유를 말해줄 수는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