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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황규 Hubert Feb 15. 2021

4장. 애자일 전환#1

#4-1 캐즘을 넘어서

대형 프로젝트에서 값진 경험을 쌓고 본사에 복귀할 때쯤,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운 소식이 들려왔다. 회사에서 애자일 방법론을 만든다는 것이다. ‘07년부터 4년간 꾸준히 애자일을 적용하는 프로젝트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애자일 방법론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길 요구하는 고객도 늘기 시작하는 배경이 주요 원인이었다. 회사는 애자일 전환으로의 투자를 준비하고 있었고, 가장 먼저 기반이 될 방법론을 만들고 싶어했다. 


이번 장에서는 애자일 방법론 구성과 이를 활용한 애자일 전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훌륭한 전문가들이 이 방법론의 전파를 위해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우리는 절반만 성공했다. 지금부터 어떠한 이유로 일부 성공, 일부 실패했는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를 통해 여러분의 현장에서는 어떠한 형태로 애자일 전환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기 바란다. 


4장은 전체 6가지 소제목으로 구성하였다. #4-1은 애자일의 캐즘을 넘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4-2는 엔터프라이즈 애자일 방법론 자체에 대해 설명한다. #4-3은 애자일 전환 전략에 대하여 논하고 #4-4는 애자일 전환 시 애자일 코치를 양성한 교육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4-5는 이 전략을 수행하는데, 어떠한 문제들이 있었는지 복기해본다.  #4-6은 애자일 전환의 기본인 성장 마인드 셋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0 ~ '11 애자일 전환]

#4-1 캐즘을 넘어서


* '캐즘을 넘어서'의 5가지 집단과 캐즘 


애자일 전환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 있다. 캐즘을 넘어서(Crossing Chasm)라는 이론이다. 이것은 1991년 죠프리 무어(Geoffrey Moore) 박사가 쓴 동명의 책 “캐즘을 넘어서(Crossing the chasm)"라는 저서로 세상에 알려졌다.

[캐즘을 넘어서]

이 캐즘을 넘어서라는 이론은, 세상에 등장한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어떠한 형태로 시장이나 조직에 진입하여 성숙하고 어떠한 마찰이 일반적으로 발생하는지를 패턴으로 설명한다. 이후 “혁신기업의 딜레마”라는 책을 쓴 클레이튼 크리슨텐슨 교수(Clayton, Christensen)의 이론과 함께 많은 대학의 교수들이 기업이나 조직의 혁신과정을 이 예로 설명하게 되어 세상에 보다 알려지게 되었다. 


캐즘을 넘어서라는 이론을 통해 혁신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의 단계로 설명된다. 이는 이 깊은 골짜기 ‘캐즘’을 사이로 나뉘어 조기 진입 단계(Early Market)와 성숙 단계(The Mainstream Market)의 두 단계이다. 


먼저, 조기진입은 조직 내 일부의 사람들이나 집단이 이를 활용하고 전파하려는 단계를 의미하며, 성숙 단계는 조직 전체로 확산되고 50% 이상의 인원들에게 수용되는 단계를 말한다. 이 두 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확산이 진행될 때, 여러 가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캐즘 이론은 이를 다섯 가지의 집단으로 구분한다. 그 다섯 가지의 집단은 혁신가, 공상가, 실용주의자, 보수주의자, 회의론자이라고 불린다. 이들의 지식 전파 과정을 통해 조직에 혁신적인 활동이 확산되는 과정을 쉽게 설명한다. 이들을 상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혁신가(Innovator) - 혁신가는 가장 먼저 새로운 기술을 조직에 유입시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거나 추구하는데 흥미를 느끼는 집단이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보며 러프하게 분석하여 새로운 것에 대한 장점 단점을 찾는다. 그리고 보통 이를 일부 주변 사람들에게 알린다. 하지만 이들은 일반적으로 오랫동안 이것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혁신가들의 특성상 해당 기술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곧 지루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익숙한 지루함이 싫어 곧 다른 새로운 것들을 찾아 떠난다.   

공상가(Visionary) - 공상가는 이 혁신가들이 만들거나 도입한 기술이나 제품을 보고 마치 종교를 숭배하듯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집단이다. 한번 그 새로운 것이 마음에 들면 자신이 믿는 것을 주변 사람들도 함께 믿기 바라며, 이를 열심히 전달하고, 전파한다. 공상가들은 자신의 믿는 것에 대해 치밀한 증명 없이 이야기하기 때문에 보통 이상주의자로 불린다. 보통 공상가들에 의해 조직 내 많은 사람들이 이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알게 된다. 때문에 이들은 새로운 기술을 확산하는데, 가장 강력한 추진력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조직의 갈등을 만드는 주된 이유가 되기도 한다. 공상가들의 주장이 워낙 강하여, 보통 주변에서 저항을 야기한다. 또한 이들은 보통 이전에 다른 사람들의 익숙한 것들에 대해 부정하는 형태로 주변을 설득하게 되는데, 이는 조직 내 갈등을 만들어 낸다.   

실용주의자(Pragmatist) - 공상가들과 달리 실용주의자들은 늘 현실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공상가들의 믿음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이들은 공상가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먼저 비판적인 시각에서 이를 지켜보고 실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이 요구에 대한 답을 듣고, 이를 받아들일 충분한 이유가 있거나,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증명되면, 공상가들이 이야기한 내용 중 일부만 취하거나, 이를 표준화하는 가이드라인을 공상가들에게  요구하거나 스스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범위 안에서 현실에 적용한다.   

보수주의자(Conservative) - 보수주의자들은 대세가 되면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특성을 가진 집단이다. 혁신가, 공상가에 이어 실용주의자들이 혁신을 받아들이게 될 때까지도 이들은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러다가 이 새로움이 어느 순간 50% 이상 조직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조건 없이 수용한다. 때문에 혁신은 50% 정도까지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어려우나, 50%에서 85% 수준까지 전파되는 것은 매우 빠르다. 이 35% 정도의 사람들이 이러한 특성을 보이는 보수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회의론자(Skeptics) -  회의론자들은 아무리 좋은 기술이나 제품이 있더라도 본인들이 해오던 것을 고집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누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현재 자신에게 익숙한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고 활용한다. 때문에 혁신이 진행되더라도 그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이 다섯 가지 종류의 집단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의 유입되는데 어떤 두 집단이 만날 때 가장 큰 갈등을 일으킬까? 여러분은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 공상가들과 실용주의자들이 만날 때 가장 큰 갈등이 발생한다. 

[5가지 타입의 행동패턴]

공상가들의 이상 추구와 실용주의자들의 실리추구는 부딪혀 늘 커다란 논쟁의 소용돌이를 만든다. 좋다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과, 그 맹목적인 것을 일단 비판하고 실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찾는 사람은 충돌하기 마련이다. 캐즘을 넘어서라는 이론에서 이 두 집단의 마찰을 “깊은 골짜기” 즉 “캐즘(Chasm)”이라고 부른다.  이 캐즘을 넘어가는 것이 결국 새로운 기술이 받아들여지는 지점인데, 조직의 크기나 특성에 따라 다르나 이 캐즘을 넘어가는 기간은 짧게는 6개월에서 3년 정도까지 진행된다. 


애자일이 진행될 때도 동일한 과정으로 진행된다. 한 조직이 애자일을 적용하고자 의지를 보일 때, 공상가와 실용주의자들은 크게 부딪힌다. 특히 애자일은, 문화 또는 원칙으로 설명되는 일이 많고 심지어 적용 시 조직의 상황을 기반한 유연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기존의 명확한 프로세스나 방법론보다 더 실용주의자들을 설득하기 어렵다. 이상주의자들이 원하는 이상이 있지만, 실용적인 부분에는 자율성(Autonomous)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실용주의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근 30년간 수십 가지의 프로세스를 시도하면서도 소프트웨어의 성공 확률이 채 50%도 안 되는 상황이 있었고, 이 기간 동안 다양한 SW 개발 방법이 시도된 현실이 있기에, 애자일을 그저 그런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그동안의 소프트웨어 분야의 새로운 프로세스들에 대한 피로감이 매우 컸다. 


때문에, 그들은 증명을 요구한다. 애자일을 수행하면 생산성과 품질 측면에서 어떻게 좋아지는지를 묻고 구체적인 답을 요청한다. 일반적으로 공상가들은 그들이 충분한 경험을 하지 않는 한 이러한 질문에 대해 좋은 답을 주기 매우 어렵다. 


* 애자일의 캐즘을 넘는 방법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며 애자일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애자일을 맹목적으로 믿는 공상가와 실제 현실에서 애자일이 어떠한 이익이 되는지 확인해야만 움직이는 실용주의자를 연결할 매개체가 필요하다. 그 매개체를 통해 실용주의자들까지 흡수하게 되어 대세가 되면 보수주의자들까지 움직이는 것은 진행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조직 전체의 애자일 가 이루어진다. 


애자일 전환을 “캐즘을 넘어서” 이론과 엮어 성공할 전략을 찾는다면, 크게 네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   


실용주의자들을 설득할 만한 정형화된 툴을 제공하여 현실에서 쓰일 수 있어야 한다.  

공상가들의 숫자를 늘려 캐즘을 넘을 만한 모수를 만들어야 한다.  

조직 내에서 실용주의자들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성공사례를 가능한 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   

실제 애자일을 통해 더 나아졌다는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실용주의자들을 설득할 만한 가장 좋은 틀은 프로세스이다. 왜냐하면 프로세스는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설명하고, 프로세스의 처음부터 끝까지 입력 물과 출력물 간의 관계를 설명한 논리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당시 '10년 필자와 필자의 동료들은 위와 같은 이유로 애자일 프로세스를 정의했다. 프로세스를 정의하고 단계를 만들고 액티비티들을 정리했다. 모든 프로세스가 그러하듯이 이 액티비티마다 누가 이 액티비티를 수행해야 하는지와, 액티비티의 입력물 그리고 출력물을 정의했다. 그리고 어떻게 이를 수행해야 하는지를 명시했다. 그리고 이를 표준 방법론화 했다.  단계별 액티비티를 확인할 수 있는 공정표와, 담당자별 역할과 책임 그리고 잘 정리된 기법들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각 역할자들은 어느 단계에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는 첫 번째 역사적인 애자일 전환이 준비되었다. 이를 통해 실용주의자들이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툴을 제공했다. 


하지만, 우리는 틀을 그대로 적용하려고 하지 않았다. 실용주의자들에게 효과적인 설명을 하기 위해 틀은 필요했지만, 애자일의 특성상 상황에 따라 달리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주요 역할자가 필요했다.


그들은 애자일 전도사와 애자일 코치였다. 


애자일 전도사는 애자일의 CoE(Center of Excellence) 역할이었다. 이들은 애자일 방법론의 틀을 명확히 이해하고, 애자일의 기법들을 실천해 본 바가 있으며, 심지어 현장을 이해할 수 있는 역할자들이다. 이들은 현장에 애자일을 적용할 때, 현장에서 애자일 방식으로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질문을 하여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야 한다. 또한 상황에 따라 더 나은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애자일 기법을 제안하여 현장에서의 실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때문에, 관리부터 기술까지 전반적인 역량을 두루 갖춰야 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커뮤니케이션 역량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 허브 역할을 수행하여 일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접합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전사적인 애자일 수행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 역할 또한 주어졌다. 


두 번째로 필요한 역할자는 애자일 코치였다. 이들은 실제 현장에서 원래 현장의 업무를 수행하던 인력으로, 현장의 애자일 챔피언이었다. 이들은 애자일 전환에 맞춰 현장이 애자일 화가 되기 위한 지속적인 개선을 책임진다. 7~10명 단위의 스크럼 팀의 현장의 스크럼 마스터들에게 애자일 방식으로 수행할 때 진행하는 내용에 대해 거버넌스를 수행하는 인력이었다. 


우리는 애자일 전도사 역할을 할 전문가들이 필요했다. 먼저, 여러 가지 애자일 사례를 만들었기 때문에 필자가 선발되었다. 그리고 실행력과 이론을 겸비한 다른 두 명의 인력이 모여 세 명이서 전사 애자일 전도사가 되었다. 이들 세 명은 방법론에 대한 오너십을 가지고 전사에서 대표로 애자일 전사 확산을 역할을 하게 되었다. 방법론을 만들었던 방법론 TF는 이들과 함께 방법론 적용 전략 짜는 것을 도왔다. 


그리고 애자일 전도사들은 애자일 코치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준비했다. 경험적으로 아무리 훌륭한 강사를 해외에서 데려오더라도 해외의 콘텐츠를 그대로 한국에서 교육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왜냐하면, 해외 IT 환경과 국내 IT 환경은 다르다는 인식이 짙게 있기 때문이다. 


보다 설득력이 있으려면, 국내 인력이 국내의 사례를 경험으로 교육을 해야 했다. 애자일 에반젤리스트들은 3일간의 애자일 코칭 교육을 준비했다. 사례와 교육을 적절하게 분배했다. 에반젤리스트들은 더 긴 시간의 교육을 준비할 수도 있었지만, 애자일 코치가 될 후보자들이 대부분 현장의 중간 관리자 들이라, 그들이 3일 이상을 현장의 업무에서 빠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는 사업부별로 차상위 리더들을 모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애자일 교육을 시키고, 이제부터 애자일 관련된 리딩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교육 후 1개의 파일럿 과제를 현장에서 적용해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되었다.  


우리의 첫 번째 전사적인 애자일 전환은 위와 같이 이루어졌다. 이제부터 방법론, 전략, 교육, 반성 순으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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