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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황규 Hubert Feb 22. 2021

6장. 애자일 교육기획#1

#6-1 시카고에서의 일주일

6장. 애자일 교육기획 

 

6장은 필자가 방법론으로 접근한 이전의 애자일 전환과는 다른 형태로 두 번째 전사 애자일 전환을 시도해 본 이야기를 다룬다. 주로 해외 애자일 전문회사와 애자일 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 교육과정을 만든 내용을 담고 있다.


6장은 4개의 절로 나누어져 있다.#6-1에는 애자일 교육을 기획하고 설계하기 위해 T사를 방문했던 경험을 다뤘다. 그리고 #6-2에서는 T사의 강사들과 수강생들이 함께 즉흥연기를 통해 먼저 팀워크를 만든 사례를 넣었고, #6-3은 시중에 나와있는 '애자일 마스터'라는 책의 내용을 따라서 업무를 분석/설계하는 기법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6-4에서는 팀으로 애자일 방식을 확장하려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두 번째 애자일 전환도 실패한 과정을 다룬다. 

#6-1 시카고에서의 일주일 


* 애자일 교육 기획 


사내에서 뜨겁던 애자일의 기운이 조금씩 식어가고 있을 때, 필자에게 흥미로운 제안이 하나 왔다. 


교육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조직으로부터 역량이 있는 글로벌 회사와 협업하여 교육과정을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당시 회사에는 신규 기술이나 프랙티스를 단시간에 익히기 위해 해외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교육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먼저, 이 교육을 운영하는 조직은 과정을 준비하고 사내에 20~30명 정도 대상으로 교육을 수행한다.  그리고 이들이 그들이 배운 것을 자신들의 조직에 전파하는 형태로 지식을 확산하는 방식이었다. 회사 내 신규 역량의 시작점을 만드는 곳이었다. 


이 조직을 운영하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워낙 최근 IT 트렌드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들로만으로는 모든 교육과정들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사내의 해당 분야의 여러 전문가를 찾아 교육과정의 프로덕트 매니저 역할을 맡기고, 그 사람을 통해 과정을 기획했다. 이 맥락으로 '12년 당시 필자에게 과정기획의 제안이 온 것이었다. 


'10년의 전사적인 애자일 전환점 이후, 새로운 모멘텀을 원했던 필자로서는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제안에 응하고, 우선 이전에 우리가 설계했던 애자일 챔피언을 위한 교육과정과는 무엇이 달라야 할지,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필자는 다음과 같은 목표를 정했다.  


분석, 설계, 개발, 테스트가 모두 가능한 애자일 팀 만들기 


이전의 교육과정은 현장의 중간관리자 한 명이 주도하여 현장을 변화시키도록 돕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2년간의 경험으로 판단하건대, 중간관리자들의 변화만으로는 애자일이 온전히 정착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생겼다.  


중간관리자들은 늘 너무 바빴다. 실무와 관리자 사이에서 많은 업무량에 허우적대고 있었다. 이들은 애자일을 통해 실무자들을 리딩하고 설득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한 번의 교육을 받고 숙제를 주어, ‘이제부터 네가 애자일 전문가이니 그 조직의 애자일화는 네게 맡긴다'는 식의 교육은 설득력이 없었다. 


이번 글로벌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우리는 이 중간관리자들을 전체 개발 사이클에서 여러 분야에 지원해줄 수 있는 실질적인 개발팀을 만들고 싶었다.  이를 통해 현장에 더 밀착된 애자일 전환을 하고 싶었다. 더불어 필자 개인적으로 짝 프로그래밍, 테스트 주도 개발, 지속적인 딜리버리 등이 현장에서 실제 동작하는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엔지니어링까지 함께 교육하려면 어느 회사와 협업을 할지 고민이 되었다. '10년 I사와의 협업은 애자일 코치들만 팀 외부에서 참여하여 팀이 변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보다 팀 안의 역량을 함께 배울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싶었다. 


고심 끝에 연락한 회사는 시카고를 본사로 하고 있는 T 사였다. T사는 '21년 현재 14개국 41개 오피스에서 일하는 4500명(당시 2500명)의 임직원이 있는 글로벌 회사다. T사는 애자일과 함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회사 자체가 애자일의 성지인 곳이다.  각 법인별로 다양한 강점이 있으나 애자일을 생활로 하는 엔지니어들이 모인 곳이다. 


그리고 구루급 전문가들이 포진되어 있는데, 소프트웨어 과학자 마틴 파울러를 비롯하여 린 엔터프라이즈의 저자이며 지속적인 딜리버리의 저자 제즈 험블, 사용자 스토리와 사용자 경험을 경험한 제프 패튼, 기능적 싱킹의 저자 닐 포드, 빌딩 마이크로서비스의 저자 샘 뉴먼 등의 전문가들이 회사의 일하는 방법을 정의하고 공유해 나아가고 있었다. 

[T사 전문가들이 집필한 도서들]

게다가 큰 회사들이 하고 싶어 하는 분산 환경개발에 강했다. 이들은 분산 환경 개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었다. 


(1) 직접 만난다: 재작업 같은 다른 문제를 줄이려면, 필요할 때는 직접 만나는 투자가 최선이다. 때문에, 3달에 한번 온사이트와 오프사이트 역할을 로테이션한다. 실제 만나 교육, 프로젝트 리뷰, 회고 등을 수행한다. 


(2) 좋은 사람을 써야 한다: 분산 환경에서도 사람은 프로젝트를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모든 프로젝트 관리자는 관계를 잘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개발자 4명당 2명의 분석자가 적당한 비율이다. 고객을 교육하여, 고객과 같은 눈높이를 갖게 해야 한다. 


(3) 툴을 쓰자: 애자일 헌장은 툴의 사용을 부정하지만, 분산 환경의 현실에서는 툴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환경에 팀룸을 세팅하고, 고객이 있는 곳은 콘퍼런스 룸을 확보해야 한다. 이메일은 협업을 방해하고 오해를 만든다. 위키나 다른 툴을 주로 쓰자. 대시보드를 자동화하여 모든 장소에서 볼 수 있도록 하자. 


포레스터 리서치의 내용을 보면, 이 회사는 많은 시간 분산 환경에서의 프로젝트 경험 또한 가지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만들어 고객들을 설득하고 있는 중이었다. 필자는 어떻게든 이들과 연락해서 다양한 환경에서 애자일 방식으로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들이 들었다. 당시 한국에서 활동하던 T사의 전문가를 통해 시카고 본사와 연락이 닿았다. 한 달 정도의 협의를 통해 시카고에서 교육과정에 대해 사전 협의 일정을 잡았다. 꼼꼼하게 그들의 역할별 과정을 보며, 실제 가진 애자일 관련 역량을 검증해보기 위해서였다. 


* 협업 방법 그리고 역할과 책임@T사 


T사의 본사는 시카고의 에이온 센터라는 곳의 30층에 위치해 있었다. 이 건물은 시카고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이었다. 

[T사 시카고 오피스]

T사의 시카고 오피스는 정말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타 회사와의 협업에 매우 열려 있었다. 필자는 이곳에서 일주일간 애자일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T사는 교육과정의 설계를 위해 일주일간 많은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필자와의 카운터 파트너 역할을 했던 프로덕트 매니저 매튜부터, 기술 리더 살림을 중심으로 북미 마케팅 총괄 푸니, 지속적인 딜리버리의 전문가 팀, 프로그램 디렉터 맷, 제품 개발 부사장인 채드, 신입 교육을 총괄하는 T사 대학의 윌리엄 등을 만났다. 


이들과의 순차적 미팅을 통해 신입인력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교육을 하는지부터 다른 회사에 어떻게 애자일 컨설팅을 하는지를 배웠다. 심지어 사무실에서 함께 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고객과의 대화 기회까지 주었다. 이러한 미팅들 덕분에 필자는 깊이 있게 각 역할자들이 수행하는 역할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가장 흥미로는 것은 역할이었다. T사에는 당시 크게 세 가지의 역할자가 있다. ('18년 현재는 PM과 UX도 기본 역할로 추가되었다) 그것은 BA(Business Analyst: 업무 분석자), QA(Quality Analyst 품질 분석자), Dev(Developer: 개발자)였다. 역할을 구별하면 다음과 같다. 그들은 스크럼에서 이야기하는 스크럼 마스터나 제품 책임자 같은 용어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에 위 세 가지 역할을 중심으로 이를 확장해 나간다고 한다. 


우선 BA, QA, Dev 간에는 수평적인 관계이다. 누가 위고 아래라는 것이 없다. 대신에 다음의 역할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협업한다. 그리고 모두가 짝으로 일한다. BA 끼리도, QA 끼리도, Dev 끼리도 짝으로 일한다. 

[T사의 일하는 사람끼리의 원칙]

그리고 이들은 피드백, 재미, 책임, 존중, 헌신의 5가지의 가치를 기본으로 일한다. 그들이 가진 협업의 상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서로에게 질문하며 일에 집중한다 

상호 간에 존중한다.

해야 할 일과 책임은 팀으로서 서로 공유한다 

각자의 강점을 활용하여 어려운 일들을 헤쳐나간다

서로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을 통해 개선한다

불가피한 개인적인 일로 업무에서 잠시 빠지는 것은 서로가 배려해준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능력을 가진다

짝으로 일하기 위해 가까이 앉는다


그리고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이 원칙을 익히고 부가적으로 애자일 프로세스 즉 XP나 스크럼 칸반 등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위에서 위와 같은 협업의 원칙을 기반으로 역할별로 특성을 갖는다. 먼저, BA는 크게 다음의 6가지 일을 한다.   


매일 할 일을 정한다: 타 역할자들이 참여하는 팀 스탠드업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한다. 팀 스탠드업이 끝난 후는 BA끼리 모여 태스크들을 서로에게 분배한다.

스토리를 상세화 한다: BA에게 가장 중요한 태스크로 스토리의 가치를 명확히 하고 상세화한다. 그리고 인수조건을 함께 작성하여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스토리를 리뷰(BA 간)한다: BA가 작성한 스토리를 짝 프로그래밍처럼 짝 및 동료 BA들과 리뷰한다. 작성한 스토리 사이에 충돌이 나거나 문제가 되는 점은 없는지 확인한다.

스토리를 리뷰(고객과)한다: 개발자에게 전달되기 전에 스토리를 고객과 리뷰한다. BA가 먼저 고객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팀에 향후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이터레이션 계획을 한다: 다음 수행할 이터레이션에 대해 계획되고 커뮤니케이션된 스토리를 선택하여 의존성과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스토리에 대해 계획한다. 

힘든 대화를 한다: 고객과 범위 및 우선순위에 대해 이야기할 때 늘 부정적인 대화로 흘러갈 수 있다. 특히 오프쇼어 개발을 하는 경우 특히 그렇다. 고객에게 사실을 그대로 전하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BA가 이 대화를 통해 좌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늘 BA의 참을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협상 능력을 테스트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QA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만들어질 때, 올바르게 만들어지도록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한다.   


스토리의 인수조건을 리뷰한다: BA가 작성된 사용자 스토리의 인수조건이 테스트 가능한지 확인한다.

고객 데모 전에 스토리를 테스트한다: 고객이 보기 전에 먼저 테스트하여 고객에게 보이기 전 품질을 점검한다.

테스트 환경을 만든다: 지속적인 딜리버리와 연관된 테스트 관련된 인프라와 기술적 환경을 구성한다.

각종 테스트를 수행한다: 성능 테스트, 보안 테스트, 접근성 테스트, 사용자 인수 테스트, 기능 테스트 등을 수행한다

결함을 관리한다: 발견된 결함을 관리하고 조치될 수 있도록 한다. 

프로세스를 개선한다: 팀이 일하는데 더 나은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팀 전체의 일하는 방법을 보고 프로세스를 개선 제안하고 팀과 함께 개선한다. 

[T사의 QA 역할]

마지막으로 개발자는 개발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 다만 몇 가지 반드시 수행하는 기법들이 있는데, 이는 지속적인 통합, 테스트 주도 개발, 짝 프로그래밍, 리팩터링과 이들 통해 수행하는 지속적인 딜리버리이다. 


필자는 이 역할자들에 대해 수행하는 교육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오랫동안 수행했던 훌륭한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필자에게 흥미로웠던 점은 이들이 이러한 교육과정을 버리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매튜와 이러한 대화를 했었다. 


매튜: 사실 이러한 교육과정이 있지만 우리는 더 이상 이 교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필자: 왜요? 내용이 잘 만들어졌는데요.

매튜: 하지만, 교육만으로는 애자일이 될 수 없습니다. 

필자: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매튜: 저희 회사는 이러한 교재로 정말 많은 고객들을 애자일 전환하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하지만, 교육은 그때뿐일 뿐 그들은 변화하지 않더군요. 

필자: !!!

매튜: 애자일은 스스로 실제 해봐야 합니다.

필자: 스스로 해본다는 게…

매튜: 한 명이라도 스스로 지속적인 개선을 하는 사람을 원한다면…. 네, 실제로 쓰일 제품을 애자일 방식으로 함께 만드는 게 유일한 애자일 전환의 방법이라고 이제는 생각합니다. 

필자: 애자일 코칭을 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매튜: 애자일 코칭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코치가 6개월에서 1년 동안을 계속해서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와 함께 일하면 역할자들마다 거기에 맞는 애자일 기법들을 단시간에 익힐 수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 시드(Seed)를 만들고 이후는 그 조직이 스스로 노력해야 하죠. 


당시 필자는 이야기에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년간의 노력이 사라진 이유가 결국 맷이 이야기 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단순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하면서, 실제 제품을 만들면서 스스로의 행동을 변화할 수 있는 교육을 설계하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할 강사들도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2년 중 0.5년은 교육을 수행하고 1.5년은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과 한 달 정도 상세한 내용까지 교육과정에 대한 조정을 수행하고 7주 간 오프라인으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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