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즉흥연기
#6-2 즉흥연기
시카고에 다녀온 후, 우리는 수강생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작정 인원수를 채우려고 하지 않았다. 온전한 팀을 만들기 위해 팀구성에 필요한 모든 역할자들을 필요한 만큼 모았다. T사에서 가이드 받은대로 BA, QA, Dev 역할을 찾았고 이들 비율은 BA 1: QA 1: Dev 3 정도로 조정했다.
비율도 중요했으나 교육 전에 반드시 고려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교육자체가 매우 특별한 과정이었으므로, 필자는 어떻게든 과정의 성공확률을 높이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는 강사로부터 수강생들에게 정보가 전달될 때 마찰을 적게 만들어야 했다. 정보전달 시 가장 큰 병목이 될 수 있는 것은 문화의 차이였다. 강사와 수강생들 사이에서의 문화와 사고방식의 차이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애자일에서 이야기하는 자기조직화를 실천하는 팀을 구성하기 위해 이들 사이의 생각의 벽을 허물고 온전한 한 팀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자면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교육생들끼리의 친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필자는 국내에서 즉흥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퍼실리테이터를 찾았다. 즉흥연기는 기본적으로 코미디이다. 즉흥 연기를 통해 정말 훌륭한 배우들이 도출되엇는데 예를들어 로빈 윌리엄스, 짐 캐리등이 있다. 최근에는 티나 페이, 에이미 폴러 등이 즉흥 연기자 출신이다.
즉흥연기는 미리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기자가 즉흥적으로 연기를 수행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으로 연기자의 재치와 순발력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극적 연기법을 뜻한다. 이러한 연기법이 기업과 무슨 관계가 있을지 의아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에서는 팀빌딩이나 커뮤니케이션 향상에 즉흥연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타인과의 대화나 논쟁에 많이 서툰 부분이 있다보니 교육이나 워크숍을 통해 딱딱한 분위기에서도 '즉흥 연기'를 하게 만들어 자연스로운 소통을 유발시키는 효과를 준다. 때문에 교육 전에 1일간 즉흥연기를 수행하는 과정을 넣었다. 그리고 즉흥연기 퍼실리테이터와 과정에 대해 조율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뜻밖에 소식이 미국에서 날아왔다.
매튜: “저희가 하루 먼저 도착할까 하는데요? 가능할까요?”
필자: “네?”
매튜: “아.. 수강생들과의 즉흥연기 과정에 우리도 참여하고 싶습니다. 빨리 친해져야 교육의 효과가 좋을 거란 생각입니다.”
필자: "정말 고마운 제안입니다"
교육의 타임테이블을 서로 교환한 뒤, T사 강사 중 4명이 이 즉흥연기에 함께 참여하고 싶어 하루 먼저 한국에 도착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이들은 즉흥연기의 취지를 이해하고, 수강생들끼리 친해지는 것도 좋지만 강사까지 함께 어우러져 강의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일정을 하루 앞당겨 한국에 도착했다. 그리고 예정에 없이 즉흥연기 교육에 함께 참여했다.
H컨설팅의 퍼실리테이터는 8시간동안 20여 명의 다양한 문화권에서 모인 사람들을 한 팀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여러가지 기법을 알고 있었다. 실제 강사와 수강생들이 함께 호흡하고 협업하여 시작부터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즉흥연기를 통해 서먹서먹했던 관계는 어느순간 깨지고,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할 수 있는 훌륭한 팀이 빌드업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