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잠시만 시간을 내어서 이 글을 읽어주세요.
이 사진에 나와 있는 아이들 참 사랑스럽지 않나요?
그런데 부모의 품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사랑받으며 자라야 할 이 어린 아이들이 길거리로 몰려 구걸의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바로 세네갈 딸리베 아이들 입니다.
매년 6월 12일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정한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 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아동노동"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요? 정상적인 가정환경이라면 부모님을 도와주는 심부름이나 효도의 개념이지 이것이 아동인권침해나 아동노동력착취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아직도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 있지만 과거와 비교해 많은 개선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세네갈에서는 아직도 아동인권침해와 아동노동력착취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기본적으로 아동노동이 심한 것이 사실이지만 대부분은 생활형 노동입니다. 하지만 세네갈에서는 "구걸" 이라는 특수한 형태로 아동노동력이 착취되고 있습니다. 어른의 힘에 의해서 이루어 지는 아동 구걸은 아동노동 중에서도 무척 나쁜 형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 을 맞이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해보면 가장 먼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착취당하고 있는 아동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 사실을 알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세네갈에 있는 이 아이들을 다시 한번 소개하려고 합니다. 혹시 Talibe 딸리베 를 들어보셨는지요?
이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부모에 의해서 또는 부모가 없어 타의로 이슬람 코란 학교에 보내진 아이들입니다. 세네갈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날마다 돈과 음식을 구걸하고 그것을 현지 이슬람 종교지도자인 마라부에게 가져갑니다. 그 돈과 모아진 자원들은 사원운영과 마라부의 활동을 위해 사용됩니다. 하루에 현지돈으로 150원에서 200원의 돈을 모아오지 못하면 체벌을 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종교적 수행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이 아이들의 인권과 자주적인 삶의 권리에 대해서는 방관하고 있습니다.
현지의 문화적, 종교적 특수성을 충분하게 감안하더라도 이 아이들의 삶과 활동행태는 무척 비인격적인 것입니다. 엠네스티, 유니세프 등 많은 국제단체에 이것을 비난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금지하기를 요청하고 있지만 95% 이상의 국민이 이슬람인 세네갈에서는 정치보다 더욱 강력한 종교의 권위에 도전할 수 없어 해결방안이 없는 실정입니다. 마라부 중에서도 정말 권위가 있고 제대로 된 마라부는 딸리베를 키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단위의 작은 마라부들은 아직도 이 나쁜관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네갈 이슬람 종교내에서 이루어지는 내부적인 협의들이 있을테니 더욱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는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우나 분명한 것은 무척 많은 아이들이 딸리베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세네갈 안에서도 딸리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이것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습니다. 공공매체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딸리베를 근절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미약하고 자신의 일보다 먼저 나서 이 일을 해결하려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이 일에 뛰어드는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더군다나 부족, 가족, 종교 공동체로 엮여 있는 이곳에서 개인이 마라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일겁니다. 또한 외국인이 접근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종교와 얽혀있는 이 문제에 관해서 강제적인 힘을 행사하거나 대립하여 갈등을 일으킨다면 불이익을 당하거나 추방을 당할 수 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세네갈 내부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됩니다. 일단 아이들을 코란학교로 보내는 부모님들이 변해야 합니다. 코란을 배우는 대가로 아이들이 치루어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매일 누추하고 남루한 옷을 입고 신발도 없이 구걸을 합니다. 잘 씻지도 못해 무척 비위생적이고 눈병이나 상처 또는 감염이 되더라도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전혀 받지 못합니다. 현지에서 만나는 중산층 이상의 시민들에게 이 아이들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자신의 자식을 딸리베로 보내겠냐고 하면 대부분 이 아이들을 불쌍히 여기고 자신의 자식은 절대 보내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것은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충분히 판단하고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면 이 부모님들은 왜 아이들을 코란학교로 보내어야 할까요? 정상적인 가정에서는 아이들은 딸리베로 보내지 않겠다고 하는대도 말이죠. 그것은 아이들을 키울 능력이 없거나 미혼모의 아이 이거나 가정이 뭔가 잘못된 것입니다. 무조건 가난하다고 해서 아이들을 딸리베로 보내지는 않습니다. 자기 자식을 자기 손에서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 문제는 종교적 관념, 가난, 올바른 가정 및 성문화 등 많은 문제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참 답답하지요?
그래서 저도 참 안타깝습니다. 이 아이들을 볼 때 참 마음이 아프지만 실제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해줄 수 있는 것은 빵이나 과일을 사주는 것, 간단한 교육활동을 하는 것 등 단편적인 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이 아이들의 신분을 바꾸어주거나 삶의 인권과 자유를 찾아줄 수 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단편적인 접근으로는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보다 포괄적인 접근, 국제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국제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보다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확대 된다면 세네갈 내에서도 조금씩 변화와 개선의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이런 문제는 한번에 마술처럼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끊임없는 소수로부터 시작된 노력에 의해서 변화되는 것입니다.
"세계 아동 반대의 날"
점점 세상이 좁아지고 있습니다. 각 세계,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공유할 수 있는 매체가 마련되었고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 더 이상 방관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물론, 문제가 다양하고 커진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이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외면하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담이 커진만큼 우리는 그것에 대한 더욱 다양한 대응 방법 또한 가지게 되었습니다. 개인은 약하지만 같은 뜻을 가진 공동체는 강하지 않습니까?
개인이나 사회, 국가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을 국제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겠지요 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도전해야 합니다. 저는 제가 보고 느끼는 것에 대해 한국인으로서 할 수 있는 접근과 활동들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습니다. 먼저 배우는 것입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이런 안타까운 현실들을 보다 명확하고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생기면 더욱 올바른 접근방법과 합당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거라고 믿습니다.
이렇게 순수하고 밝은 미소를 가진 지구 반대편의 아이들도 나 처럼, 한국의 아이들처럼. 우리와 같은 인격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저는 소망을 가지고 나아가겠습니다.
지지하고 응원해주세요.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