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휴 Oct 22. 2018

마빈 게이(Marvin Gaye)와의 해후, 명반 회상

이미지 출처: https://youtu.be/KZdJoWm3cHU


몇 해 전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BJ The Chicago Kid, 이하 비제이)의 “Turnin’ Me Up” 뮤직비디오를 보며 쏠쏠한 재미를 맛본 기억이 있습니다. 소파에 누워 노래하는 비제이의 모습은, 과거 마빈 게이(Marvin Gaye)의 “I Want You” 리허설 장면을 떠오르게 합니다. 분명히 이것은 위대한 음악인 마빈 게이를 향한 헌정이었습니다. 결국, 청각으로만 느꼈던 쾌감이 시각으로 번져 들불처럼 타오르고 말았습니다.


▶ 감상하기

BJ The Chicago Kid - Turnin Me Up




비제이는 그해에 데뷔 앨범 [In My Mind (2016)]으로 ‘그래미 시상식(The Grammy Awards)’에 여러 분야 후보로 지명되자, 자축하는 의미로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마빈 게이를 향한 또 다른 헌정 곡 “Uncle Marvin”을 공개합니다. 실제 마빈 게이의 곡 “Cleo's Apartment”를 차용(샘플링)하고 마치 듀엣인 것처럼 ‘그와 함께했다고(ft. Marvin Gaye)’ 알립니다. 내털리 콜(Natalie Cole)이 그래미 시상식에서 아버지인 고(故) 냇 킹 콜(Nat King Cole)과 시공을 초월한 듀엣 “Unforgettable”을 불러 세상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한 것처럼, 영상은 각 시대의 아이콘들이 한 무대에 서는 판타지를 경험하게 해줍니다.


내털리 콜(Natalie Cole)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 냇 킹 콜(Nat King Cole)의 오리지널 레코딩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듀엣 “Unforgettable”을 발표했다.


▶ 감상하기

BJ The Chicago Kid feat. Marvin Gaye - Uncle Marvin

Natalie Cole & Nat King Cole - Unforgettable (Live)




이미지 출처: https://www.jambase.com


현재의 참신함도 언젠가는 물리기 마련입니다. 세월을 초월한다는 건 그만큼 숙연해집니다. 마빈 게이는 감히 세월을 초월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제이처럼 많은 음악인이 영향을 받아 존경을 표했으니, 그들의 본향이라고도 해야겠습니다. 그는 ‘섹슈얼(Sexual)’이라는 수식을 원조 격으로 적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평론가부터 대중에 이르기까지 고루 사랑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그의 음반사 모타운(Motown) 설립자 베리 고디 주니어(Berry Gordy, Jr.)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빈은 끝내 모두를 정신 차리게 했습니다. 마빈은 천재일 뿐만 아니라 타고난 히트 본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telegraph.co.uk


프랭크 시내트라(Frank Sinatra)처럼 저음의 나긋나긋한 ‘크루닝(Crooning)’ 창법에 영향을 받은 마빈 게이는, 활동 초반엔 부드럽거나 밝고 경쾌한 음악 위주로 활동하면서 대중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태미 터렐(Tammi Terrell)과 함께한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1967)”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나 그를 상징하는 작품은 대개 ‘70년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마빈 게이의 황금기를 꼽으라면 히트곡 “I Heard It Through The Grapevine (1968)”을 필두로 ‘70년대라고 하겠습니다. 그의 음악적 행보에 극적인 전환을 일으키게 한 작품들이 나온 시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황금기의 신호탄 격인 [What’s Going On (1971)]은 매우 중요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빈 게이(Marvin Gaye)와 태미 터렐(Tammi Terrell)은 1967년에 앨범 [United]을 발표하면서 "Ain't No Mountain High Enough"을 크게 히트시킨다. 본 곡은 전설적인 듀오 애시포드와 심슨(Ashford & Simpson)에 의해 탄생했다. 


▶ 감상하기

Marvin Gaye & Tammi Terrell -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Marvin Gaye - I Heard It Through The Grapevine (Live)




[Renaldo Benson] 이미지 출처: https://www.picsofcelebrities.com


마빈 게이는 파트너 태미 터렐이 세상을 떠나면서 큰 상처를 받게 되는데, 동생의 베트남 전쟁 참전까지 더해지면서 사회를 향한 시각을 새롭게 형성하게 됩니다. 당시 사회는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학생들에게 군대가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울울한 형국이었습니다. 마침 한바탕 투쟁 끝에 모타운으로부터 개인 전용 스튜디오를 쟁취한 마빈 게이가, 같은 소속사의 보컬 그룹 포 탑스(The Four Tops)로 활동하던 르날로 벤슨(Renaldo Benson)으로부터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담은 곡 “What’s Going On”을 제공받습니다. 


“Mother, mother. There's too many of you crying
(어머니, 어머니. 너무 많은 어머니가 울고 있어요.)
Brother, brother, brother. There's far too many of you dying
(형제여, 형제여, 형제여. 너무 많은 형제가 죽고 있어요.)
You know we've got to find a way to bring some lovin' here today
(오늘 여기서 우리는 사랑 받는 법을 찾아야 해요.)”
- “What’s Going On”의 가사 中

▶ 감상하기

Marvin Gaye - What's Going On




에드윈 스타(Edwin Starr)의 앨범, [War & Peace (1970)] 커버


모타운은 이미 에드윈 스타(Edwin Starr), 템테이션즈(The Temptations) 등 다른 소속 음악인들이 사회 주류 정서인 반전(反戰)과 흑인들의 응집력을 강조하는 작품을 조금씩 시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위 ‘선택과 집중’이라는 운영 방침에 반하는 마빈 게이의 변화가 탐탁지 않았을 게 당연했습니다. 앞서 얘기했지만, 마빈 게이는 밝은 이미지로 각인된 보컬리스트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강행되어 발표된 앨범은 개인 스튜디오에 투자한 비용을 갚고도 당시 모타운에서 손꼽히는 판매 성적을 올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War, Huh, Yeah What is it good for (전쟁, 뭐가 좋은데)
Absolutely noting (아무 것도 없어)"
- “War”의 가사 中

모타운의 프로듀서인 노먼 윗필드(Norman Whitfield)와 바렛 스트롱(Barrett Strong)은 그룹 템테이션즈(The Temptations)에게 베트남 전쟁 반대 의사를 내비치는 곡 "War"를 제공하지만, 본격 싱글 발표는 후에 에드윈 스타(Edwind Starr)로부터 나왔다. 에드윈 스타의 "War"는 결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게 된다.


템테이션즈는 1969년 앨범 [Puzzle People]에 흑인들의 단결을 주장하는 "Message From A Black Man"을 담았다.


▶ 감상하기

Edwind Starr - War

The Temptations - Message From A Black Man





[The Funk Brothers] 이미지 출처: http://classic.motown.com


[What’s Going On]은 참여한 모든 음악인을 기록한 모타운 최초의 앨범입니다. 지금은 전설로 회자하는 밴드 훵크 브러더스(The Funk Brothers)가 세상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빈곤과 사회적 약자, 사랑과 전쟁, 마약, 환경 문제 등 사회적 메시지로 일관하는 노랫말과 다양한 세션, 마빈 게이의 환상적인 팔세토(Falseto) 창법의 조화로 평단의 호평을 끌어내기도 합니다.




이미지 출처: https://justsoulyouknow.wordpress.com


불교의 「법구경」에서 인간의 마음은 바람 앞에 흔들리는 등불과 같다고 했는데, [What’s Going On]은 발표 이래로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현재까지 인간의 마음을 굳건하게 하고 있습니다. 변치 않는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이제 작품을 경험하고 견해를 덧입혀봅시다. 마빈 게이의 [What’s Going On]은 당신에게 어떤 가치를 주나요?









■ Album Info.

- Artist: Marvin Gaye

- Title: What's Going On

- Label: Tamla


■ Track List

01. What's Going On

02. What's Happening Brother

03. Flyin' High (In The Friendly Sky)

04. Save The Children

05. God Is Love

06. Mercy Mercy Me (The Ecology)

07. Right On

08. Wholy Holy

09. Inner City Blues (Make Me Wanna Holler)




본 내용은 2018년 10월 18일자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에 개제된 내용을 각색한 글이며, 원작자임을 밝힙니다.




▶ 믹스 감상하기

huedsoul





매거진의 이전글 포스트 음모론의 시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