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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레스트 Aug 26. 2022

레이카와 고양이

2022.04.04. 레이카 일지 

고양이는 왜 언제나 사람을 노려보는 것일까. 레이카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아주 작디 작은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처음부터 그녀가 키우던 고양이는 아니었다. 어느날부터 그녀도 인식하지 못하던 사이에 고양이가 그녀의 곁에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일정한 거리 이상은 다가오지 않았다.  


“너는 왜 나에게 더 다가 오지를 않니?” 


레이카는 언제나 그 점이 궁금했다. 길을 가면 졸졸 따라오기는 하지만 막상 손을 내밀면 저만치 도망가 버린다. 밥을 먹다가도 고개를 돌리면 수풀 사이에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레이카를 지켜보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 넌 이제부터 빼꼼이다.” 


화창한 어느 날,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 팥빙수를 먹고 있다가 레이카는 외쳤다. 언제나 자기를 따라 다니는 그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기로. 그리고 매번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자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빼꼼이로 부르기로 했다.  


이름을 짓고 나니 조금 더 친숙해졌다. 예전에는 우연히 눈에 걸리면 거기 있구나 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언제나 레이카의 시야 주변에서 빼꼼이가 있는지없는지 살피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한 번은 동네 슈퍼로 장을 보러 가던 중이었다. 신호등을 건너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리는 거였다. 마침 기다

리는 전화가 있었던 지라 다급하게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다 지갑이 바닥에 떨어졌다. 얼릉 지갑을 줍기 위해 손을 내미는데, 갑자기 한참 뒤에 있던 빼꼼이가 날렵하게 달려와 지갑을 물고 지나가버리는거였다.  


“뭐야!” 


순간 어이가 없어 빼꼼이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빠앙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덤프트럭이 레이카의 바로 옆을 슝하고 지나가버렸다. 순간 아찔한 했다. 조금만 늦었으면 저 커다란 트럭에 치일뻔했다. 그 모습을 앞서 건넜던 사람들도 봤는지 신호등 건너편에서 웅성웅성 거리고 있었다. 순간 멍하니 걸었던것 같은데, 어느새 건너편 신호등까지 와있었다. 사람들은 레이카를 빙 둘러싸더니 괜찮냐고 다치지는 않았냐고 달래주었다. 레이카는 사람들의 소리 역시 웅웅 하는 소리로 들렸다. 그러고는 자기 발밑에 놓여져 있는 자기 지갑을 발견했다. 빼꼼이가 생각났다. 정신이 들면서 사람들 사이로 빼꼼이를 찾았다. 그러자인파를 지난 뒤쪽에 있는 화단에 빼꼼이가 앉아서 하품을 하며 뒷발로 귀뒤를 긁고 있었다.   


알고 한 것일까? 아니면 진짜 우연일까. 그 사건 이후로 레이카는 빼꼼이가 자기를 지켜주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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