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는 주식투자를 어떻게 바라볼까
목회자인 지인이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에, 더욱이 보수적인 한국 교회 정서에서는 여전히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주식투자 관련 책이라길래, 도대체 어떻게 글을 쓴 건지 호기심 반, 놀라움 반으로 책을 구매하여 시간을 두고, 찬찬히 읽어 나갔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주식이라고는 국민주 삼성전자밖에 모르는 내 관점에서 이 책은 주식투자에 대한 테크닉을 알려주지 않는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무자비한 총알과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와 같은 투자시장에서 개인은 왜 흔들리는지, 왜 반복된 실패를 겪는지 그 근본 원인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그러면서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위닝 멘탈리티를 만들어 가는지 실제 시장에서 저자가 직접 겪은 뼈저린 손실과 기적 같은 회복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써내려간다. 그래서였을까. 저자가 걸어온 길을 알기에 이 글이 주는 진정성을 담보로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저자는 주식투자의 본질은 종목 선택이나 매매 타이밍 같은 기술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용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 그리고 손실을 비용으로 여기며 회복 가능한 실패로 전환하는 힘. 결국 투자는 외부의 적과의 전쟁이 아니라, 내 안의 본능과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끊임없이 일깨워 준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시장은 운과 실력의 경계에서 움직인다”는 말이다. 아무리 치밀한 분석을 해도 미래는 예측할 수 없고, 때로는 운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그러나 바로 그 불확실성 속에서 확률적으로 사고하고, 자신의 철학을 세우며, 조급함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투자자는 자유로워짐을 역설한다.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어쩌면 저자는 주식시장에서만이 아니라,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 모두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주식투자라는 소재가 아니어도 이 책은 흔들리고 방황하는 현대인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기점검서의 역할에 너무나 충실하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마음가짐만 강조하지는 않는다. ‘복리의 마법’, ‘회복 가능한 실패’, ‘예측의 환상’ 같은 개념을 통해,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투자 철학을 제시하는 한편, 마지막 장에서 다루는 인플레이션과 자산가치 하락에 관한 통찰을 통해 현실적인 경고를 던진다. 돈의 가치는 끊임없이 녹아내리고, 정책은 누군가를 돕는 동시에 누군가를 버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번갈아 정권을 잡을 때마다, 또 전 세계 이슈가 생길 때마다 예상가능한 범주의 종목에서부터 뜻밖의 수혜를 입고 튀어 오르는 종목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때 기민하게 트렌드를 읽은 이들에게는 투자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변화에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하거나 자기 감정에 휘둘린 이들은 손실로 인해 괴로운 날들을 보냈을 거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주식투자에 대한 갈망보다, 나를 위로하고 채찍질하는 마음의 소리가 왜 더 강하게 들려왔는지는 모르겠다(아마도 내가 주식투자와는 상관없는 삶이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주식투자 본능과의 싸움』은 (저자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혼란스럽고,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는 자기 성찰의 책이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도록 이끄는 위로이자 격려다. 그래서 투자뿐 아니라 삶 전체에서 중심을 잡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치열하게 덤비지 말고, 에세이를 읽듯 숨을 고르면서 탐독하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p.s – 최근 몇 년 사이 기독교 내에서도 재정이나 투자에 관한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고전으로 든든하게 서 있다고 해도, 여전히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현실의 상황화를 살아내며 고민하는 지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들이 필요한 부분이다. 바른 재정 관리 및 지혜로운 투자에 대한 '신학의 기준'과 '경제학의 적용'에 대해 통섭할 수 있는 기독서적의 출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