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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장이 휴 Oct 08. 2022

취조실의 거울

슬픔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취조실을 갖고 있다.


취조실의 거울은,

우리 자신은 비추지 않고

취조실 안에 있는 범죄자만 비춘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자신을 보지 못하는 탓에

당당하고 힘차게 취조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당당하지도 떳떳하지도 못한 사람일수록

더욱 우렁차게 취조한다는 것이다.


그가 이렇게 우렁찬 모습을 보이는 근원은,

자신의 모습이 너무 비루한 나머지

자기자신을 쳐다보길 포기해버린 데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그가 포기했지만 완전히 망각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사실이다.


하여 그들은,

마치 자신이 떳떳하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해야하는 사람인 것처럼,

마치 한 점 부끄럼없는

완전무결한 사람인 것처럼,

더욱 우렁차고 힘차게 취조한다.

  



P.S)

참으로 안타깝게도

내 아버지의 형제 중에는,

그런 자가 있다.


평생을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고

그저 물려받은 유산을 축내가며

아내의 눈물과 고생을 안주삼아

사는 내내 술에 절어서 살아온,

그러면서도 아픈 자신의 노모에게

한번씩 큰소리를 치곤 하던 자가 있다.


비루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삶을

어쩌지 못하고,

끝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돈을 쥐어줘가며

박수갈채와 아첨을 갈구하고,

그 바람에 물려받은 가산을 탕진하며

항상 남들의 시선과 체면에 매달리는 자가 있다.


자신의 참담한 비루함을 행여 들킬까봐

온갖 감투와 그럴싸한 자리를 쫓아다니며

남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악에 받친 채 남을 깎아내리고 싶어 안달난

그런 자가,

안타깝게도 내 아버지의 형제 중에 있다.


대략 난감한 것은,

내가 사랑하는 내 아버지가

나와 그 자를 모두 사랑한다는 것.


하여,

차마 내가 진실된 눈빛을 할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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