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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go Nov 27. 2019

포차, 막연한 그리움이 돋는다.

포장마차를 애정하시나요?

포장마차, 애주가들은 이 단어만 들어도 끌림이 있겠죠.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아닌 술 보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이런 저런 이야기, 하루를 살아낸 사람들의 뜨거운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장소가 포장마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날씨가 겨울로 접어 들면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요즘, 괜히 오뎅도 먹고 싶고 떡볶이에 순대를 먹고픈 감성이 돋아납니다. 대개 포장마차는 2차나 3차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는 곳인 것 같습니다. 이 때 즈음 되면 다들 거나하게 취하거나 적당하게 취기오른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죠. 이른 술자리에서 떠날 사람은 떠나고 오늘 밤의 끝을 잡고 싶은 사람들만 모인 어쩌면 용감한(?) 분들이 모인 자리니까 알차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포장마차가 언제 생겼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노포, 술자리의 추억은 비교적 젊은 세대인 저에게는 노포라는 단어가 완전히 와닿지는 않습니다. 을지로 골목길에서 마시는 술자리가 그런 노포의 흔적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긴 합니다. 시원한 맥주와 먹태 같은 마른 안주로 목을 축이는 파라솔, 이런 풍경이 익숙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이도 점점 들면서 사람들과 술자리가 많아지고 그들의 취향에 따라 장소가 달라지다 보니까 서울의 숨은 맛집이나 나름 맛있다는 곳에서 먹게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추억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노포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을 뿐이지 노포라는 공간성은 이미 인지가 되고 있기는 한가 봅니다. 


포장마차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먼저 마시던 자리에서의 대화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주제는 좀 더 좁아지고 나와 너의 문제라든지 나의 고민이라든지 이렇게 좁혀지면서 집중되는 맛이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지막 한 잔!"을 외칠 수 있고 어쩌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곳이 바로 포장마차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별 생각없이 브런치에 글을 써 보고 싶어서 끄적여 봤습니다. 딱히 포장마차에 대한 역사나 재미난 에피소드를 적으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왜 이럴 때가 있잖아요. 일 하면서 문서를 쓰다 보면 기계적으로 사는 것 같은 감정에 사로잡혀서 약간의 일탈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렇게 다른 종류의 글이나 장문의 글을 써보고 싶어 지는 거죠.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머리 속에 부유하는 단어들을 연결 시켜 나가고 확장하는 가운데 어떤 고양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야말로 혼자만의 시간인 것이죠.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활자에 익숙하지만 실용서를 많이 읽는 저로서는 문장력이 참 짧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소설책을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유려한 문장으로 독특한 문제로 독자를 이끌 수 있을 테지요. 하지만 아쉽게도 저에게는 그런 재능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간에 개인의 소회를 끄적이고 누군가가 읽어주고 공감해준다는 사실이 때로는 말 못할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포장마차라는 단어를 보신 분들은 어쩌면 오늘 저녁에 실내 포장마차든 아니든 따듯한 안주에 소주 한 잔 드시는 상상으로 퇴근을 기다려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간단한 오늘의 소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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