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13일 심혈관 카페에 올렸던 글에
아직도 꾸준히 댓글이 달리고
아직도 꾸준히 쪽지가 온다
아버지 입원하신 지 14일 차.
입원하신 첫날 이 카페에 가입해서, 완쾌하셨다는 분들의 글을 읽고 또 읽고
한 40번은 읽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버지 좋아지면, 저처럼 희망 한 줄기 붙잡고 긍정적인 글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었어요.
그동안 매일매일 작성했던 일지입니다.
천안 ㅅㅊㅎ병원 1일 차 목
급성 심근경색으로 구급차 타고 입원
응급실에서 심정지 1회
스탠드 시술 후 중환자실
중환자실에서 심정지 2회
같은 곳이 다시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 재발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함)
에크모 부착 후 스탠스 시술 후 다시 중환자실
또다시 같은 곳이 막힐 경우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으며, 현재 심장이 10%밖에 기능을 하지 않는다며, 가족 모두에게 연락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함.
위급하다며 가족들 모두 아버지와 만날 수 있게 해 줬는데, 아버지는 10월에 있을 나의 결혼식에 꼭 내 손 잡고 들어가야 한다며 정신을 차리고 계셨음.
의사샘이 현재 의식이 있어서 멀쩡해 보이지만 상태는 몹시 나쁘다고 함.
아빠는 눈을 감으면 못 깰 것 같다며 잠을 자지 않으심.
서울 ㅅㅅㅂㅇ 전원 1일 차 금
서울 ㅅㅅ으로 전원하려 하였으나 에크모를 단 상태로 전원하려면 일반 구급차는 안 되고 커다란 구급차를 타야한다고 함.
하지만 현재 ㅅㅅㅂㅇ과 ㅅㅊㅎㅂㅇ에는 커다란 구급차가 없어서 전원을 할 수 없다고 함.
ㅅㅅㅂㅇ과 ㄷㄷㅂㅇ의 도움으로 천안 ㅅㅊㅎ병원에서 구급차 타고 천안 ㄷㄷ병원으로 이동하여, ㄷㄷ병원에서 ㅅㅅ병원까지 헬기 타고 이동.
의식도 있고 호흡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헬기를 타기 위해서는 호흡기 달고 이동해야 했기에 호흡기 달고 수면제 투여 후 전원
ㅅㅅ병원에서 죽은 세포는 다시 살아나지 않지만, 기절한 세포는 다시 살아난다며, 심정지로 뛰지 않는 세포들이 죽음 것인지 기절했던 것인지 지켜보자고 함.
ㅅㅅㅂㅇ전원 2일 차 토
깨어나셔서 수면제 줄이고 이외 약품을 점차 줄임
호흡기를 달고 있어 말을 못 하셔서, 엄마 손바닥에 발을 주물러 달라고 쓰심
엄마가 발을 주무르자 다시 손바닥에 뭐라 쓰셨는데, ‘살살’
귀야웠음.
저녁에 호흡기 뗌
심장 기능은 아직 10%정도라고 함
아차, 50%가 정상이라고 쳤을 때 10%라고 함
ㅅㅅㅂㅇ 전원 3일차 일
호흡기 없는 모습으로 만남. 에크모 양도 조금은 줄였다고 함.
영상통화로 “솔아 아빠 살았다. 걱정하지 마”라고 하심.
코로나 때문에 처음 입원하면 무조건 음압 병실이라, 아빠 병실에는 티비가 있는데, 간호사분께 티비를 틀어달라고 하셔서 티비 보고 계심.
미리 찍어온 가족들 영상은 누워서 지긋이 보시다가 콩이 똥 싸는 영상을 보여드리니, 눈이 초롱초롱했다고 함.
ㅅㅅㅂㅇ 전원 4일차 월
새벽에 “보호자님, 환자님이 핸드폰과 핸드폰 충전기와 안경과 안경 닦기와 이어폰 가져다 달라고 합니다”라고 문자 옴. 울아빠 답다.
다시 코에 호흡기를 다셨고, 약으로 폐에 물이 조금 찬 걸 관리 했다고 함.
에크모를 떼려고 심장 초음파를 찍었는데, 아직 심장 기능이 30%정도 라서 못뗌.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다만 살짝 막힌 부분을 하나 더 발견해서, 에크모 있는 상태로 시술할지, 에크모 제거 후 시술할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ㅅㅅㅂㅇ 전원 5일차 화
에크모로 인한 합병증, 뇌경색 후 뇌출혈
좌측 뇌 앞 부분에 뇌출혈 (언어 능력 부분)
대화가 어려움. 말을 못하심. 눈만 꿈뻑이심.
피를 빼는 수술이 심장에 무리를 줄 수도 있고, 수술을 안 하는 게 좋은 게 아니라, 한다고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 같다며 우선 수술하지 않기로 함.
혈전이 덜 생기는 약을 빼고, 피가 멈춰서 뇌출혈이 커지지 않기를 다음날 까지 기다리기로 함.
뇌출혈이 생겼기에 심장 이식도 불가능 하다고 함
ㅅㅅㅂㅇ 전원 6일차 수
다행히 뇌출혈이 커지지 않았음.
피가 멈춘 것으로 보면 됨.
에크모를 계속 사용하면, 뇌에 무리를 주게 되므로 뇌를 지키기 위해 에크모를 제거하기로 함.
12시 30분에 에크모 제거.
에크모 제거 후, 심장 혈압 모든 부분이 완벽하진 않디만 나름 제 기능을 함.
ㅅㅅㅂㅇ 전원 7일차 목
가족들이 병원에서 밤 샌 걸 아셨는지, 새벽에 간호사 샘이 퇴근하기 전 아빠와 영상통화를 시켜주심.
말은 잘 못하시지만 얼굴 보여주심.
씨티결과 뇌출혈은 커지지 않았고, 뇌압 낮추는 약으로 관리하고 있음.
언어 부분은 어제 보다 좋아짐. 다만 재활을 해야함.
의사샘이 아침에 출근해서 보니 아빠가 핸드폰을 만지고 있어서 놀랐다고 함.
심장에 살짝 더 막혀서 시술 해야 했던 부분은, 지금 시술하려면 또다시 피를 묽게하는 약을 써야하고, 이 약을 쓰게 되면 뇌에 무리를 줄 수 있어서, 추후로 미룸.
현재는 그 부분이 약하게나마 스스로 그 역할을 하려 하기 때문에 두고 보기로 함.
심장 기능이 아직은 50%가 아니라서, 폐에 물이 차지만, 이뇨제를 써서 폐에 찬 물을 뺄 예정
ㅅㅅㅂㅇ 전원 8일차 금
물티슈와 기저귀 사다 드리다가, 아빠를 봤는데 아빠가 내 손을 꽉 잡아 주시더니, 나를 끌어 당기곤 뽀뽀해 주셨다.
영상통화로 아빠 힘내라고 하니 ‘알았어’하고 하셨다.
뇌 씨티 안찍음. 다음주에 찍기로 함.
폐에 물 찬건 아직 좀 남음.
일반 병실로는 아직 내려가지 말고, 좀 더 지켜보기로 함.
ㅅㅅㅂㅇ 전원 9일차 토
머리 통증을 호소하심
뇌 씨티와 심장 초음파 찍지 않음.
폐에 물이 찬게 많이 내려갔으나 아직 좀 남아있음
자꾸 말이 없어져서, 우울증이 올 것 같다며 일반병실로 내려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함
하지만 일반 병실이 없어서 못 감.
ㅅㅅㅂㅇ 전원 10일차 일
머리 통증을 호소하심
일반 병실 자리가 생겨서 일반 병실로 이동
나와 내 남자친구를 보더니, 내 남자친구에게 손을 뻗어 손을 꽉 잡아 주시고는 손을 놓지 않으심
많이 아프냐 물으니 좀 아프다고 하심
너무 아파서 뇌압 낮추는 약을 쓰시고 좀 나아지심
몸을 조금씩 움직이려 노력하심
밤에 전화했는데, 말을 하는 게 힘들 뿐 다 좋으셨음.
ㅅㅅㅂㅇ 전원 11일차 월
어제보단 좀 더 나아졌다고 하심
12일간 누워만 있었기에, 걷기 운동을 하기로 함
간호사샘이 지금이 몇년도냐 물으니 1980년이라고 했다고 함. 잠깐 과거에 다녀왔나보다.
그럼 군대 가기 전인데, 그땐 지금보다 행복했으려나.
ㅅㅅㅂㅇ 전원 12일차 화
인지능력에는 문제가 없어 보임
의사샘 말이, 1980년이라고 한 것도, 과거에 다녀온 게 아니라 생각과 말이 다르게 나온거라 함
서서 조금 걸어 보셨다고 함
식사를 잘 못하시고, 억지로라도 드셨음 좋겠지만 싫어하심
그래도 심장은 30~40% 제 기능을 한다고 함
(50%가 완전한 걸로 봤을때)
다만 모든게 귀찮아 보인다.
ㅅㅅㅂㅇ 전원 13일차 수
CT결과 출혈은 확실히 멈췄고, 뇌출혈 부위가 조금 작아졌다고 함
약을 써서 녹인 후 흡수 시켰다는데, 뭔 말인진 모르겠으나 감사하다.
전화통화하니 (힘들어 하시지만) 말도 잘하시고
오늘은 다른 시대에 다녀오는 일도 없었다고 함.
억지로나마 조금 씩 드심.
내일부터 언어와 운동 재활을 시작한다고 함.
의사샘이 “이제 좋아질 일만 남았네요”라고 말씀 하셨다고 함.
메모장에 적어 두었던 것들이라 띄어쓰기와 어투가 왔다 갔다 하지만, 열심히 기록했어요.
심근경색으로 에크모 단 후, 뇌경색과 뇌출혈이 왔다고 했을 때 어찌나 울었는지.
그리고 관련 글을 찾아도, 관련 글이 없어서 너무 무섭고 두려웠었어요.
무섭고 두려워도 포기하지 마세요!
저희 가족도 포기하지 않고, 아버지 재활 잘 도와서 퇴원하겠습니다!
내가 받은 위로 만큼은, 위로가 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