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셋 먹고 넘어진 게 너무 창피해서, 넘어진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 했다.
아프지만, 아픔+창피함 보다는 아픔만 간직하는 게 낫다 싶었다.
남편이 퇴근할 때쯤 거울을 보니, 숨길 수 없을 만큼 부어오른 상처를 보곤, 남편의 퇴근과 동시에 이실직고를 했다.
징징거리며 이실직고를 했으나, 얼굴의 상처만 말하고 말았는데
남편이 괜찮냐며 손을 잡는 순간 “아ㅏㅏㅏㅏㅏ~ 사실 나 손도 다쳤어”라며, 또 하나의 상처를 밝혔고
울상으로, 다른덴 어떠냐며 다리를 잡는 순간 “아ㅏㅏㅏㅏㅏㅏ~ 사실 무릎도 다쳤어”라며, 양쪽 무릎을 까 보였다.
어차피 창피할 거 숨김없이 (타의에 의하여) 다 말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하지만, 창피함은 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