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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B Apr 30. 2024

새로 생긴 취향

 보트를 방문하면 할수록 이전에는 존재도 모른 채로 지나쳤던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실을 덧붙이자면, 단순히 눈에 띄는 것을 떠나 구매충동을 불러일으켰다. 예를 들자면,


닻 패턴이 들어간 수건

세일 보트가 그려진 컵받침

배의 조정 핸들 모양으로 만들어진 수건걸이


굳이 보트 용품을 파는 가게에 갈 필요도 없었다. 지금까지 모르고 살아온 게 신기할 정도로 마린 디자인 상품(Marine: '바다의, 해양의'이란 뜻으로 바다에 관련된 디자인을 마린 디자인이라고 이야기한다.)은 어느 가게에서든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간혹 선반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기도 했다. 보트에 사는 사는 삶이 있다는 것을 T를 만나고 처음 알았던 것처럼, 마린 디자인 시장이 크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단순히 화장지를 사기 위해 잡화점에 들렸다. 그곳에는 화장품부터 장난감, 주방용품에서 식료품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팔고 있었다. 화장지를 들고 계산대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던 중,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건 청동으로 만든 인어. 단순한 장식품인데도 불구하고 보는 순간,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사도 쓰레기'라는 나의 인생 지침이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바다가 떠오르는 푸름을 온몸에 덮고 있던 인어는 데려가라며 나에게 꼬리를 흔들었다. 그녀에 교태에 넘어갔던 걸까, 나도 모르게 그녀를 집어 들고 화장지와 함께 계산했다.



내가 느꼈던 특별함이 T에게 전달되길 바라며 그녀를 T에게 선물했다. 


그녀는 보트에 오자, 잡화점에서 봤던 모습보다 더 매혹적이었다. 80년도의 마호가니 나무의 결이 갈색의 물결이 되어 그녀의 집이 되었다.



그녀는 지금, 보트의 침실 문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첫 번째 소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자, 나도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어 졌다. 일주일에 적어도 이틀을 보트에서 지내던 생활 패턴은, '보트에 있지 않을 때 시간을 보내는 나의 공간에도 보트와 연관이 있는 물건을 두는 게 맞다'는 말도 안 되는 억지로 연결되었다. 고심하다 닻이 큼지막하게 들어간 화장실 매트를 구매했다.



화장실을 갈 때마다 보트가 보인다. 내 삶이 완전히 보트로 옮겨가지 않았지만 보트가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화장실 매트 하나가 뭐라고, 이리도 큰 변화를 가져오다니. 앞으로 일어날 모험에 벌써부터 설렌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취향이 얹어지는 건 언제나 신나는 일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매트를 거실로 옮겼다. 봉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매트에서 뒹굴다가 나에게 비빈다. 나뿐 아니라 봉이도 좋아하고 집에도 잘 어울리니, 일석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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