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보내는 하루
러시아에서 지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입국하면 입국 심사서, 비자, 거주 등록증을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그렇다고 비자, 거주 등록증 발급받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초청장 나오는데 거의 1달을 기다리고 대사관 가서 비자를 받아와야 한다. 거주 등록도 집주인들이 세금 떼기 싫어서 잘 안 해준다고 한다. 아니면 모스크바에 살지 않거나.
외국인이 이 모든 걸 하나하나 조사하는 게 쉽지 않다. 물어보면 모르고 다른 사람도 모른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일 처리도 비슷하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뭘 어떻게 해야 한단 말도 없이 그냥 절차상 안 된다는 말만 한다.
언어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어를 배우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멀쩡한 단어를 왜 남성 여성 중립 명사로 나누는 것이며 그거에 맞게 변하는 의문사나 동사 같은 건 뭐 이리 많은지. 예외도 많다. 발음도 어렵다. З, Ж 이런 걸 어떻게 구분해서 발음하라는 걸까?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어렵고 감이 안 와서 막막하다.
처음 러시아어를 듣기만 했을 때는 딱딱한 줄 알았는데 알면 알수록 부드러운 언어라는 느낌이 든다. 처음 러시아 사람들 볼 때 차가워 보여서 무섭고 다가가려고 하면 툭툭 던지고 화내기 일쑤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따뜻하고 친절하다. 언어도 이 모습을 닮았다. 이 매력 때문에 많은 사람이 배우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