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제22회 서울국제도서전
'원처(遠處)에 일이 있어 가게 되면 이(利)가 되고 아니 가면 해(害)가 된다.' 동학의 <수운가사> 한 구절이다. 궂은 날씨 무릅쓰고 당도한 코엑스에서, 최제우 대신사의 이 말씀이 떠올랐다. 제22회 서울국제도서전. 강행군한 보람이 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종이접기 책자부터 샀다. 다양한 곤충들과 다채로운 포즈의 고양이. 한창 거기에 꽂힌 딸내미를 위해. 가위로 자르고 조금만 조작하면 생색내기 좋게 완성된다.
김 원장은 타이포그라피 디자인 서적과 독특하고 기괴한 회화 작품집도 샀다. 그리고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 정기구독 서류에 서명했다. 얼굴에 하조안 표정이 스친다. 원하는 걸 거머쥐었을 때 떠오르는 그 표정.
개성적 필체에 담긴 윤동주의 명시를 훑고, 경리단길에서 마주친 적 있는 이상현 캘리그라퍼의 <심통心通 글씨>전을 감상했다. 드로잉 퍼포먼스 선보이는 김홍선 만화가의 뒤태 더듬고 문학살롱 작가 대담도 멀리서 잠시 경청. 신달자 선생님이 수화로 감사 인사를 건넨다. 귀가 어두운 청중을 위해.
'북멘토에게 묻다' 코너에선 강연이 한창이다. <한 달에 한 도시> 의 백종민, 김은덕 부부가 여행 후일담을 들려준다. '그렇게 전 세계 함께 누비며 얻는 게 무엇인가.' 스스로 묻고 결론을 도출한다. 부부가 아니라 전우라는 점. 애정이 아니라 우정에 가까워진다는 것(물론 귀국하자마자 법원으로 달려가고픈 적도 있었다고).
그 대목에서 깊이 공감했다. '당신은 우정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사랑의 가장 고귀한 형태다.' 오쇼 라즈니쉬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사랑엔 정욕이 스며들어 우리를 구속한다. 우정 안에선 모든 정욕이 사라진다. 사랑의 본질은 탐욕이다. 영어의 love는 산스크리트어 lobh(=greed)에서 왔다.
반면에 우정은 나눈다. 나누면서 증폭된다. 비행기와 공항철도, 택시와 지하철 그리고 마을버스. 배를 제외한 그 모든 교통수단을 하루 안에 함께 섭렵하며 절감했다. 사랑보다 먼, 우정에 더 가까운 그 전우애.
지금은 또 각자의 파병지에서 전투 중이다. 다시 뭉칠 때까지 건승하길. 지금처럼 나아가리. 전우의 X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서울국제도서전 #SIBF2016
#윤동주 #신달자 #이상현 #김홍선
#한달에한도시 #오쇼라즈니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