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해수욕장 회센터
그냥 간단히 때울 생각이었다. <부산행> 보기 전, 업스퀘어 푸드코트에서. 그런데 왜 이리 차들이 많나. 백화점 휴무라 여기로 몰리나. 우리랑 똑같은 생각 품은 차량 행렬이 건물을 칭칭 휘감고 있다. 그래, 결심했어. 김 원장, 단호하게 핸들을 꺾는다.
그리하여, 일산행. 20분쯤 달리니 해수욕장이 눈에 밟힌다. 수산물판매센터에 들어가 '회 뜨는 집'으로. 아주머니 인상이 좋다는 게 간택의 근거다. 줄돔과 우럭을 골랐다. 두툼하니 관상 좋은 놈들을 주인장께서 뜰채에 담는다.
해가 퇴근해 서녘 하늘은 핑크빛. 시뻘건 초장에 새하얀 사시미도 붉은빛. 씹는 척하다 꿀꺽 삼킨다. 핑크빛 혓바닥이 하얗게 표백되도록. 뽀얗게 탈색된 혀의 혈색을 되돌리고자 추가했다. 보글보글 붉디붉은 매운탕.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그래서 일일 일식. 울산 백수의 첫 끼이자 마지막 식탁, 흡족하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계획대로 됐다면 못 누렸을 호사다. 플랜이 틀어져 막히는 때, 그 막막한 순간이 막 좋아지기 시작하는 타이밍일 수 있다.
최근 지인들의 낙방 소식을 두루 접한다. 소방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교수 임용에서 미끄러지고. 다들 마지막 관문에서 아쉽게 틀어졌다. 그들을 불러다 먹여야겠다. 그리고 일러주리라. 시나리오보다 나은 애드리브가 있다고. 당장은 회 뜨는 날이지만, 해 뜨는 날이 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