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에어컨, 질식사
내가 사는 도시에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에어컨 켜고 차에서 자다 질식사. 내 또래 사내다. 무더위 피하려다 참변을 당했다. 이렇듯 죽음은 일상 곳곳에 잠복해 있다. MBC 기자가 ER을 찾았다. 이 죽음과 관련해 전문의 소견을 물었다.
밀폐된 공간, 들숨의 산소는 점점 줄어들고 날숨의 이산화탄소가 점차 늘어났을 것이다. 저산소증으로 인한 사망, 흔한 일은 아니다. 두통과 구토를 부르는 냉방병은 비일비재하지만. 적절히 환기했다면, 충분히 막았을 참사다.
<닥터스>의 홍 교수가 복수를 다짐하는 혜정에게 말한다. "복수, 파멸, 응징, 이런 거에 몰두 안 해. 오늘 사랑하는 것들 하기에도 아까워. 나한테 내일은 없으니깐."
삶은 죽음을 전제한다. 오늘은 내일의 전제다. 죽음과 내일은 미지수다. 그 두 가지 변수가 오늘의 삶을 좌우한다. 복잡한 인생 방정식을 명쾌하게 푸는데, 홍지홍 방식도 유효하다.
내일을 없애면 삶이 단순해진다.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오늘의 삶을 환기시킨다. 당장의 문제에 갇혀 질식하는 걸 막는다. 어디서든 깨어 있게 만든다.
이제 곧 처서處暑다. 살인적 무더위도 여기서 멈춘다. 그렇다. 모든 건 지나간다. 꽉 막힌 채 웅크리지 말고, 흘려보낼 일이다. 오늘 사랑하는 것들에 몰두하라. 문제가 뭐든 그게 답이다.